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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미래의 먹거리

    오가희 과학칼럼니스트

    발행일 : 2022.05.03 / 특집 A2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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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걀·우유·소고기… 이제는 세포 배양해 만들어요

    단백질은 근육 같은 신체 조직과 호르몬이나 항체 등을 만드는 주성분입니다. 육류에 특히 많기 때문에 소, 돼지, 닭 같은 동물을 도축해 식재료로 쓰죠. 그런데 동물을 굳이 도축하지 않고도 세포 배양 등을 통해 '동물 단백질'을 먹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답니다. 동물뿐 아니라 과학기술이 고기를 제공하는 시대가 된 것이죠.

    유전 기술로 만드는 흰자 단백질

    달걀흰자에는 단백질이 많아요. 달걀 1개 분량 흰자에 약 3.5g 정도의 단백질이 들어있는데, 여기엔 탄수화물과 지방이 거의 없답니다. 국제계란위원회에 따르면, 1년간 사람 한 명이 먹는 달걀은 평균 161개라고 해요. 이렇게 많은 달걀을 공급하려면 닭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필요합니다. 닭은 하루에 알을 1개밖에 안 낳거든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유전 기술을 이용해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냈어요. 미국의 생명공학 기술 기업인 에브리사(社)는 7년여 연구 끝에 최근 달걀흰자 단백질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는데요. 유전자를 변형한 효모를 이용하면 닭 없이도 흰자 단백질 중 55%를 차지하는 주된 단백질인 '오브알부민'을 만들 수 있다고 해요.

    이 회사는 닭 세포에서 오브알부민을 만드는 유전자를 찾아냈어요. 그리고 이 유전자를 단세포생물인 효모에 넣었어요. 원래 DNA는 이중나선이 엑스(X) 자 모양으로 꼬여 돌돌 말려 있는 형태인데, 효모는 여기에 둥근 고리 모양인 원형 DNA 구조를 추가로 가지고 있어서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삽입하기 쉽거든요.

    이렇게 만든 유전자 재조합 효모에 영양분으로 쓸 수 있는 당분(주로 설탕)을 공급하면, 효모가 이 당분을 먹고 오브알부민을 만들어 낸답니다. 맥주 효모가 당을 먹고 알코올 성분인 에탄올을 만드는 원리와 같아요. 지난해에는 핀란드 연구팀이 곰팡이의 한 종류(트리코데르마 레세이)를 활용해 오브알부민을 만드는 방법을 과학 전문지인 '네이처푸드'에 발표하기도 했답니다.

    직접 세포 키워 고기 만들어요

    소나 돼지, 닭 등에서 근육세포를 뽑은 뒤 이 세포를 키워서 고기를 만드는 방법도 있어요. 우리가 먹는 일반 고기가 동물의 근육 부위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죠.

    우선 동물에게서 근육세포를 채취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근육 줄기세포를 만든 뒤, 세포 배양기에 넣어 세포를 키우고 늘려 나갑니다. 줄기세포란 필요에 따라 어떤 형태로도 성장할 수 있는 세포를 의미해요. 근육세포도 종류가 다양한데, 어떤 세포를 얼마만큼 넣어 조합하느냐에 따라 고기 맛이 달라진답니다. 세포 고기 10g을 만들려면 10억개 정도의 세포가 필요해요. 한 번 채취했을 때 이 정도의 양을 만들려면 2~3주 정도의 배양 기간이 필요하다고 해요.

    과학자들은 최적의 맛을 내기 위한 세포 비율을 찾고 있어요.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의 슐라미트 레벤베르그 교수팀은 근육 줄기세포만 단독 배양하는 것보다 일반 근육세포(평활근 세포)를 넣어 배양하면 식감이 훨씬 좋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죠.

    근육세포가 충분히 만들어지고 나면 추가 가공으로 고기와 비슷하게 만듭니다. 기름진 맛을 위해 지방을 넣기도 하고, 식감을 보완하기 위해 콩이나 해조류에서 추출한 물질을 넣기도 한답니다.

    아직 한계도 있어요. 우선 이 고기에는 비타민 B12가 없습니다. 비타민 B12는 토양이나 장내 미생물에 의해 합성되는데요. 소의 경우 장에서 비타민 B12가 만들어져 혈액을 통해 온몸으로 전달돼요. 하지만 세포 고기는 혈관과 혈액을 만들지는 않기 때문에, 비타민 B12가 없는 것이랍니다. 따라서 별도로 영양제를 반드시 챙겨 먹어야 합니다. 줄기세포를 배양할 때 쓰는 배양액을 소의 태아 혈청으로 만들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동물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한계에도 세포 고기는 우리 삶에 가까이 다가오고 있어요. 싱가포르는 2020년 세계 최초로 세포 고기 판매를 허락했는데, 미국의 식품 회사인 잇저스트는 이를 기념해 시식회를 열며 "메뉴 1개당 가격을 3만원 정도로 할 것"이라고 밝혔답니다. 2013년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의 마크 포스트 교수가 첫 세포 고기 시식회를 열며 고기 패티 한 장의 제조 가격이 25만유로(약 3억3000만원)라고 밝힌 것에 비하면 7년 만에 가격이 대폭 내려온 것이지요.

    시장에 속속 등장하는 동물 없는 고기들

    이렇게 동물 없는 동물성 식재료는 우리 삶에 녹아들고 있어요. 에브리사는 이번에 개발한 달걀흰자 단백질에 'S-알부민'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미국의 마카롱 제조업체에 판매하기로 했어요. 이렇게 만든 마카롱은 6개에 28달러(약 3만5000원)라고 해요.

    미국의 한 회사는 소에서 짜지 않는 우유 판매를 준비 중입니다. 우유의 주성분인 '유청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미생물에 합성하는 방식으로 우유를 만들어 낸 거예요. 이렇게 만든 우유는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이 먹어도 배가 아프지 않아요. 유당불내증은 우유에 있는 유당을 소화하지 못해서 생기는 증상인데, 이 우유는 애초에 단백질만 합성해 유당이 없기 때문이랍니다. 같은 이유로 지방이 적다는 장점도 있지요.

    고기와 비슷한 맛과 식감이 나는 식물성 식재료로 만든 '식물 고기'는 지금도 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콩 단백질로 만든 소시지가 대표적이죠. 최근에는 다양한 식물 고기가 시장에 등장하고 있는데요. 녹두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식물성 달걀을 만들기도 하고, 곤약을 이용해 삼겹살의 맛과 식감을 낸 삼겹채를 개발하기도 했답니다. 코코넛오일로 치즈를 만들기도 해요. 모르고 먹는다면 잘 구별이 안 갈 정도로 진짜 식재료와 아주 비슷하답니다.

    [그래픽] 미래의 먹거리
    기고자 : 오가희 과학칼럼니스트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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