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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왜 음반점을? 이 질문 가장 많이 받았죠"

    김성현 기자

    발행일 : 2022.05.03 / 사람 A2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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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음반점 '풍월당' 박종호 대표
    쑨원·코넌 도일 등 의사 출신 18명
    삶 다룬 '가운을 벗은 의사들' 펴내

    클래식 음반점 풍월당 대표 박종호(61)씨는 의사를 상징하는 하얀 가운을 평생 세 번 벗었다고 했다. 처음은 의대 시절 적성에 안 맞아서 부모님 몰래 휴학계를 냈을 때, 2003년 서울 신사동에 풍월당을 차렸을 때, 2012년 마지막 진료와 의료 봉사 활동을 마쳤을 때였다. 지난 30일 인터뷰에서 그는 "실은 의대 시절에도 해부학과 정신과 외에는 별로 잘하는 과목이 없었다"며 웃었다. 살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도 '왜 의사가 음반점 주인이 되셨어요?'였다. 그가 최근 펴낸 '가운을 벗은 의사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과도 같은 책이다.

    그 질문을 다시 했다. 박 대표는 "우리가 인생을 두 번 살 수는 없겠지만, 한 번 살더라도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할 수는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요즘 말로는 '인생 이모작'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는 부산대 의대를 졸업하고 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하다가 풍월당을 차렸다. 그 뒤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불멸의 오페라' 같은 책을 냈다. 그는 "책을 펴낸 뒤 의대생들의 질문이나 고민 상담을 많이 받았다. 남의 일 같지 않아서 가급적 일일이 답장을 보내려고 했는데 그때 고민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그의 답장 내용을 물으니 박 대표는 "설령 훗날 진로를 바꾸더라도 일단 졸업은 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었는데, 결국은 내 이야기였다"며 웃었다.

    21번째인 이번 책에서 그는 의학을 전공하거나 의사로 활동하다가 다른 분야에 뛰어든 18명의 삶을 다뤘다. 클레망소, 체 게바라, 쑨원(孫文) 같은 정치가와 체호프, 아서 코넌 도일 같은 작가가 많다. "군의관 출신의 독일 문호 프리드리히 실러처럼 의사 출신의 뛰어난 작가는 너무 많아서 오히려 추리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인으로는 독립운동가 서재필 선생이 포함됐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에 뛰어들거나 후원한 의사가 적지 않지만, 그는 미국에서 개업의로 활동하면서 힘들게 번 돈을 다시 독립운동 자금으로 썼다는 점에서도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저자와 비슷한 삶의 궤적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다. 의사였지만 오페라 연출가로 유명했던 조너선 밀러(1934~2019), 임상에서 얻은 체험을 바탕으로 베스트셀러를 펴낸 신경과 의사 올리버 색스(1933~2015) 등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그럴까. 책에도 소개된 "(의료계와 음악계) 양쪽 모두 나를 이상하게만 볼 뿐, 나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밀러의 말에 오랫동안 눈길이 머물렀다. 박 대표는 "나 역시 어느 쪽에도 쉽게 동화하거나 적응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아싸(아웃사이더)'였다"고 말했다.

    혹시 가운을 벗은 걸 후회한 적은 없을까. 그는 "코로나 기간에 방역과 치료의 최전선으로 뛰어든 의사들을 보면서 미안했다"고 말했다. 음반점에서 출발한 풍월당은 최근 음악 출판·교육으로 분야를 넓히고 있다. 박 대표는 "인류의 문화유산인 고전음악이 '배경음악'으로 전락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꺼지는 불씨를 살리지는 못해도 지키고 싶은 것이 간절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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