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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우주가 보낸 손님… 저출산 환경 아쉽다"

    이태훈 기자

    발행일 : 2022.05.03 / 문화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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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어린이날 100주년
    이주영 기념사업단 대표

    "한 명 한 명 어린이가 태어나는 일에는 우주의 위대한 섭리가 있습니다. 부모의 의지만으로는 되지 않죠. 아이들 출생이 줄어든 건 지구 위, 이 땅, 우리 집에 오는 귀한 손님이 끊어진 것입니다. 손님맞이를 제대로 못 하고 아이들이 태어나기 싫은 나라를 만든 것, 어른들의 가장 큰 죄 아닐까요."

    1922년 5월 1일 소파 방정환(1899~1931) 선생이 첫 번째 어린이날을 선포했다.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는 올해, 한국은 세계 최악의 저출산 국가다. 최근 서울 합정동 사무실에서 만난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사업단' 이주영(67) 대표는 "소중한 생명의 탄생을 경제 논리로 재단해선 안 된다. 어린이들이 저마다 한 몫의 사람으로, 소중하며 희망 있는 존재인 걸 느끼고 믿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어른들의 의무"라고 했다. 이 대표는 30여 년 교사로 살며 고(故) 이오덕 선생과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활동 등을 함께했던 어린이 운동 원로. 어린이 글쓰기와 소파 방정환 선생에 관한 책도 여럿 썼다. 지금은 문학, 독서 운동, 어린이극 등 우리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어린이날 100주년 문화 사업을 이끌어 가는 기념사업단 대표를 맡고 있다.

    이 대표는 "100년 전 방정환 선생의 어린이 선언〈그래픽〉은 1924년 당시 국제연맹이 채택한 '제네바 어린이 권리 선언'(제네바 선언)보다 1년 앞선 최초의 어린이 해방 선언으로 세계사적 의미가 크다"고 했다. 사실상 '어린이 보호'가 주였던 제네바 선언과 달리, 우리의 선언은 어린이를 온전히 '한 몫 인간'으로 대우하는 진일보한 내용이다. "1919년 3·1운동에 놀랐던 일제가 1922년 첫 어린이날부터 훼방을 놓았지만, 이듬해 1923년 행사는 선전지만 20만장을 나눠줄 만큼 규모가 커졌어요. 방정환 선생의 '어린이' 잡지가 많을 땐 한 달에 10만부 발행되고, 전국 각지의 소년회가 그걸 읽고 공부하면서 1925년 어린이날 행사엔 전국 어린이 30여 만명이 참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기적처럼 뜨거운 호응이었지요."

    이 대표는 "방정환 선생의 노력을 기억한다면 지금 우리가 어린이를 대하는 인식과 태도도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생은 식민지의 어린 백성으로 겹겹 억압을 받던 당대 어린이를 '조선의 가장 불쌍한 민중'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어린이에게 노동을 강제하지 말라 하셨고요. 혹시 지금 우리 교육은 어린이를 10년, 20년 뒤의 잠재적 노동력으로 바라보고 있진 않은가요. 이오덕 선생이 염려했던 '쇠창살에 가둬 알만 잘 낳는 암탉으로 만드는 교육'은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이 대표는 동요가 사라져 가는 현실도 안타까워했다. "'산토끼'는 독립 열망을 담았고, '고향의 봄'은 독립군도 즐겨 불렀어요.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들이 보내온 시를 당대 최고 작곡가들에게 맡겨 노래로 만든 뒤 잡지 '어린이'에 실어 보급했습니다. 방시혁씨가 동요를 만들어 방탄소년단이 부른 셈이랄까요. 지금 어린이들도 그들의 말로 지어진 동요가 필요해요."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사업단에 참여한 문화예술인들은 어린이 문학 주간, 한국 동화 100년 전시, 아동극과 오케스트라 공연, 국제 학술 포럼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그중에서도 오는 7월 서울대 국문학과와 방정환연구소가 함께 열 '국제 방정환 학술 포럼'에 대한 기대가 크다.

    평생 어린이와 함께했지만 그는 "여전히 방정환 선생의 철학에서 배운다"고도 했다. "수필 '어린이 찬미'에서 '어린이는 복되다. 그 한없이 많이 가지고 온 복을 우리에게 나눠 준다'고 하셨어요. 가장 사람다운 마음, 그 본성이 어린이에게 있습니다. 잘 살피고 귀 기울여 잘 듣는 어른들만 그 복을 나눠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픽] 소파 방정환 선생 '어른에게 드리는 글'(일부)
    기고자 : 이태훈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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