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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대선 진 정당 같지 않은 민주당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발행일 : 2022.05.02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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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거의 두 달이 되어 가는데 더불어민주당은 전혀 선거에 패한 정당 같지 않다. 과거에는 보수건 진보건, 여당이건 야당이건 선거에 지고 나면 뭐가 잘못되어 패했는지 자신을 되돌아보는 움직임이 당내에서 일어나곤 했다. 집권당이라면 정책 노선이나 추진 방식에 문제가 없었는지, 오만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야당이라면 왜 또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는지 부족한 점을 살펴보곤 했다. 민주화 이후 권력 교체가 10년마다 이뤄져 온 전례와 달리 이번에는 5년 만에 전격적으로 권력이 교체되었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부분이 더 많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의 모습은 선거에서 진 정당이 아니다. 민주당은 어쩌면 내심으로는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당선자와 패배자의 득표율 차가 겨우 0.73%포인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패배한 게 아니라 그저 운이 조금 나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 경험이 아예 없고 정계 입문한 지도 겨우 9개월 된 야당 후보에게 더 많은 국민이 지지를 보냈다. 더욱이 180석이라는 압도적 다수 의석을 몰아준 국민이 불과 2년 만에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정녕 무엇이 잘못되어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처절하게 자신을 되돌아봐야 할 상황이다.

    내용적으로 볼 때도 이번 대선은 민주당에 근본적 질문을 던져 주었다. 2002년 이후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이념 지향적 거대 담론을 주도해 왔다. 2002년 대선에서 '반미가 뭐가 나쁘냐'는 노무현 후보의 발언이나,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였던 재벌 개혁, 적폐 청산 등이 상징하는 냉전 반공주의나 권위주의 유산에 대한 도전이 민주당의 중요한 정치적 상품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그동안 민주당이 강점을 보여 온 이념 지향적 거대 담론이 사라졌다. 선거일 불과 나흘 전까지 북한이 잇달아 미사일을 쏴댔지만, 그동안 이념적으로 보수, 진보를 격렬하게 갈라놓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매달렸던 대북 정책에 대해 유권자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부동산 이슈가 최대 관심사였고 그것이 사실상 선거의 승패를 갈라놓았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관심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과 무능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기도 했지만, 그것이 갖는 좀 더 중요한 의미는 이제 국민의 관심과 요구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86세대의 대표적 정치인이었던 김영춘 전 장관이 정치 은퇴를 선언하면서 "이제 민주주의, 통일, 기득권 타파 등 거대 담론의 시대가 아니라 생활 정치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국민에게 더 중요한 것은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고 일상 행복입니다"라고 말한 것은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정확하게 꿰뚫은 말이었다. 민주당에 이런 변화는 그동안 자신들이 내세웠던 정치적 상품의 유통기한이 만료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편 가르기와 포퓰리즘에 의존해 온 지난 몇 년도 바로 이러한 '내용의 결핍'을 감추기 위한 민주당의 전술이었는지 모른다.

    이처럼 이번 대선 패배는 민주당으로서는 매우 아프게 받아들여야 마땅한 것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무모하다고 할 만큼 여전히 저 혼자 당당하다. 집안은 쇠락해 가고 주변 사람들은 고개 돌려 외면하는데, 세상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내가 누군지 모르느냐'고 고함치며 헌 칼 휘두르고 있는 꼴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적지 않은 의원이 스스로 떳떳하지 못함을 잘 알면서도 한 줌 강경파 위세에 눌려 한마디 말도 못 하고 끌려다니고 있다. 결국 이로 인한 정치적 대가는 민주당 모두가 함께 감당해야 할 몫이다.

    역사적으로 보수당과 함께 영국 정치를 주도해 온 자유당이 몰락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06년 총선에서 자유당은 400석을 얻어 157석을 얻은 보수당을 압도했다. 자유당은 그 기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사실 그 이후 지지세는 급격히 약해졌다.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전시 연립정부 시기가 끝나자마자 그 결과가 드러났다. 1922년 총선에서 자유당은 노동당에 제1 야당 자리를 내주었다. 2년 뒤 총선에서 자유당은 615석 가운데 겨우 40석을 얻어 소수당으로 몰락했고 그 이후에도 당세를 회복하지 못했다. 자유당은 오만했고 시대적 변화를 외면했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을 보면 그때의 영국 자유당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배는 침몰하는데 선상의 풍악 소리만 높게 들린다. 그 안의 누구도 배가 가라앉고 있다고 외치지 않는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기고자 :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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