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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특수부대, 침공 첫날 대통령궁 들이닥쳐… 처음엔 고위급 생각보다 많이 이탈해 놀랐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발행일 : 2022.05.02 / 국제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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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젤렌스키, 2주 동행한 TIME 인터뷰
    "美·英, 폴란드에 망명정부 제안… 그때 난 탄약을 달라고 대답했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한 러시아군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을 제거하기 위해 수도 키이우의 대통령궁을 급습했지만 미수에 그쳤고, 대피를 거부하고 수도 방어 의지를 밝힌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항전의 구심점이 됐다. 당시의 긴박한 정황이 미 시사 주간지 타임이 지난 29일 공개한 심층 인터뷰에서 드러났다. 타임 측은 이번 인터뷰를 위해 2주간 젤렌스키와 동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침공이 시작된 지난 2월 24일 새벽 폭발 소리에 잠이 깼다"며 "딸(17)과 아들(9)을 깨워 대피시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러시아군 특수부대가 낙하산으로 키이우로 진입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얼마 후 대통령궁 주변에서 총격전이 벌어졌고, 사무실 안에서도 총소리가 요란하게 들릴 정도로 러시아군이 가까이 접근했다. 러시아군의 목적이 젤렌스키의 신속한 제거임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미국과 영국 정부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폴란드 동부로 대피해 망명 정부를 세우라"고 제안했지만, 그는 "나는 탈출 수단이 아니라 탄약이 필요하다"는 유명한 말로 응수했다. 우크라이나군도 "방어에 취약한 대통령궁 대신 키이우 밖의 벙커로 가자"고 보고했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마저 거부했다고 타임지는 전했다. 그의 항쟁 의지는 우크라이나의 예상 밖 장기 항전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흔들린 순간도 있었다. 이튿날인 25일 러시아 특수부대의 공격이 한풀 꺾이자 그는 대통령궁 마당으로 나가 스마트폰으로 정부 핵심 인사들과 '셀프 비디오'를 찍었다. 그의 흔들림 없는 리더십의 상징이 된 유명한 영상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었고, 나는 (항전의) 상징인 만큼 국가원수답게 행동해야 했다"며 "하지만 당시 자리를 이탈한 정부 관리와 군 간부들의 숫자가 많아 놀란 상태였다"고 고백했다. 타임지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들에게도 가족을 피신시킬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겼다"며 "대통령이 복귀를 협박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고위 관리들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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