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제임스 폭스 지음 | 강경이 옮김 | 윌북 | 468쪽 | 1만8000원

색(色)은 공기다. 세상을 빈틈없이 메우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그 무엇. 케임브리지대 미술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음악처럼 자신을 묘사하려는 모든 시도에 저항하는" 까다로운 주제 '색'에 도전한다. 역사, 철학에 우주물리학까지 다양한 지식을 동원해 저인망식 '컬러 포위 작전'에 돌입한다. 깊고, 재밌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일곱 기본색(검정·빨강·노랑·파랑·하양·보라·초록)을 한 챕터씩 할애했다. 첫 타자는 '검정'. 작품에 등장한 색 관련 표현 중 4분의 1을 검정에 쓴 셰익스피어에게 검정은 어둠과 불쾌함의 동의어였다. 반면 피카소는 '유일하게 진정한 색', 르누아르는 '색의 여왕'이라 칭송했다. 하양엔 이견이 적다. 대체로 순수, 완벽함으로 받아들인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펼쳐지는 명화들이 훌륭한 애피타이저다. 모네 '국회의사당'의 몽환적 보라, 마네 '제비꽃 장식을 단 베르트 모리조'의 깊은 검정으로 입맛을 돋운 뒤 텍스트에 뛰어들길 권한다. 기고자 : 김미리 기자
본문자수 : 59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