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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가 없어졌다. 온갖 자료며 전화번호 생각에 캄캄했다. 그럴밖에, 꿈이었으니까. 그것도 이 나이에 예비군 훈련장에서 혼쭐나다니. 한숨 돌리자 스치는 깨달음. 정말 잃어버리면 기계 값부터 수월찮은 손실 아닌가. 전화기 자체도 중요하군. 천방지축 '자체'라는 말이 이 대목에선 쓸 만한데….

'국내에도 팁 개념 자체는 있다.' 한 음식점에서 직원이 친절히 응대했다면 팁을 부탁한다더라는 기사다. 팁이 익숙지 않은 우리나라도 개념은 있다는 뜻인데. 그냥 '팁 개념은 있다'거나 '팁 개념이 있기는 하다'로 쓰면 좋았을걸. '자체'는 필요 없다는 얘기다. '글을 올렸으나 댓글 자체가 거의 달리지 않았다'도 그렇다. 댓글 말고 달릴 게 없는데 자체가 왜 나오나. 역시 쓸데없는 말.

'자체' 대신 토씨(조사·助詞)가 들어가야 할 본보기도 있다. '북의 극초음속 미사일 보유 자체가 안보 비상이다.' 이런 무기를 쏘아대야만 비상인가? 갖고 있기만 해도 위협을 주는 일이니 '보유부터(가) 비상'이나 '보유만으로(도) 비상'이 마땅하다.

이런저런 부사로 대체해야 바람직한 문맥은 특히 흔하다. '대학 입시에서 수능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수능을 아예 폐지해야'가 자연스럽다. '굴곡진 현대사 자체였던 그의 삶의 자취를 돌아보며'(→'그의 삶이 바로 굴곡진 현대사였던 자취를 돌아보며') '처음부터 혼자 일하고 혼자 먹어, 외롭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해'(→'생각을 전혀 안 해') 같은 표현도 곱씹어보면 좋겠다.

제대로 쓴 '자체'가 없을쏘냐. '이 걷기 행사는 목표를 향해 걷는 게 아니라 걷기 자체가 목표다' 식의 문장이 그렇다. '교육청 기금이 쌓여 있지만 교육의 질 자체보다 학교 건물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에서는 '자체'를 쓰더라도 '교육 자체의 질'로 어순을 바꿔야 옳다.

아차, 꿈이 현실 될라. 인터넷 저장소에 사진·자료 자동 올리기 잘 되는지 확인하고, 전화번호는 따로 받아 기본 대비 완료! 개꿈도 쓸데가 있다. 기고자 :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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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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