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박혜진 등 새 대표팀 16명 발표
이젠 세계랭킹順 올림픽 출전권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2024 파리 올림픽을 향한 대장정을 시작했다. 이제는 김연경(34) 없이 해내야 한다.

대한배구협회는 28일 새 대표팀 유니폼 공개 행사(푸마코리아 후원) 겸 남녀대표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45) 신임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은 소속팀(터키 바키프방크)의 시즌 일정이 끝나지 않아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그는 "큰 바위가 처음엔 밀기 어려워도 한번 움직이면 쉽게 굴러간다"면서 "김연경을 대체할 선수를 찾긴 힘들겠지만 모든 선수와 힘을 합쳐서 도전하겠다"고 했다.

이번에 협회가 소집한 여자 대표팀 명단을 보면 그동안 '김연경'이란 강렬한 이름 석 자에 가려졌던 한국 배구의 현실이 훤히 드러난다. 총 16명 중 작년 도쿄올림픽 출전 경험을 지닌 선수는 박정아·김희진·염혜선·정지윤 4명뿐이다. 안혜진 등 '도쿄 멤버' 상당수가 부상 치료를 이유로 빠졌다. 고참 라인이 된 '박·김·염'도 크고 작은 수술을 받아 몸이 성치 않지만 "우리가 후배들의 버팀목이 되어줘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부름에 응했다. 김연경(192㎝)과 더불어 센터 양효진(190㎝)도 태극마크를 반납했기에 이제 대표팀엔 키 190㎝ 넘는 선수가 없다.

세사르 감독은 "선수 본인이 태극마크에 얼마나 열의를 갖고 있는지를 중요한 발탁 기준으로 삼았다"면서 "앞으로 '새집'을 지어야 해서 새 얼굴들을 과감하게 뽑았다"고 했다. 그 결과 여자 대표팀 평균 연령은 24세로 낮아졌다. 레프트 이선우(20·184㎝)와 세터 박혜진(20·177㎝) 등은 성인 대표팀에 처음 뽑혔는데 "국제무대에선 일단 키 크고 봐야 한다"는 세사르 감독의 지론이 영향을 끼쳤다. 스테파노 라바리니(43) 감독 시절 수석코치로서 '도쿄 4강 드라마'를 합작했고 올림픽 이후 대표팀 감독직을 이어받은 그는 V리그 여자부 전 경기를 인터넷으로 챙겨보면서 선수들 기량을 데이터로 변환해 평가해왔다. 작년에 얻은 첫딸의 이름을 한글의 느낌을 살린 '나라'로 지을 만큼 한국을 좋아한다.

'세사르호'는 6월 미국·브라질·불가리아 3국을 오가며 뛰는 국제배구연맹(FIVB) 주최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가 데뷔 무대다. 문제는 '세계 16강'이 참여하는 VNL이 올림픽 티켓을 좌우할 정말 중요한 대회가 됐는데, 태극마크 경험이 적은 현 대표팀 멤버가 얼마나 기량을 발휘할지가 미지수란 점이다. FIVB는 파리 올림픽부터 대륙별 예선전 제도를 없애고 세계 랭킹 위주로 본선 티켓(12국)을 나눠주기로 했다. 그동안 태국 등과 벌이는 아시아 최종예선전이 '마지막 보루'가 되어줬던 대표팀엔 악재다. 개최국 프랑스 등이 자동 출전하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 대표팀은 내년까지 세계 10위 이내 랭킹을 유지해야 파리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은 '도쿄 4강' 후광에 힘입어 현재 세계 14위다.

세사르 감독은 "올림픽 티켓 배분 방식이 100m달리기에서 마라톤으로 바뀌었다"며 "매 경기·매 세트에 랭킹 포인트가 걸려 있는 만큼 항상 최선을 다해서 순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대표팀은 5월 2일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시작한다.

한편 남자 대표팀은 7월 서울에서 열리는 FIVB 챌린지컵을 정조준한다. 총 8국이 참가하는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내년 VNL 출전권을 얻는다. 남자 대표팀은 현재 세계 33위다. 2000년 시드니가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다. 임도헌 감독은 "집중적인 조직력 강화 훈련으로 챌린저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했다.

[그래픽]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명단(총 16명) 기고자 : 양지혜 기자
본문자수 : 178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