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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에릭센과 호날두

브렌트퍼드의 크리스티안 에릭센(30)은 24일 토트넘과의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에 앞서 옛 동료였던 해리 케인(29)을 끌어안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그가 전반 4분 토트넘 진영에서 코너킥을 차러 걸어가자 근처 관중석에 모여 있던 토트넘 팬들은 기립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보통 상대 선수에겐 야유를 보내지만 에릭센은 '적'이 아니었다.

에릭센은 0대0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자 토트넘 원정 팬들이 있는 스탠드 쪽으로 인사를 하러 갔다. 관중석의 한 휠체어 장애인이 에릭센의 토트넘 시절 유니폼을 꺼내 들었다. 이 모습을 본 에릭센은 다가가서 사인을 해주는 따뜻한 장면을 연출했다. 또 박수가 쏟아졌다. 영국 BBC는 "에릭센과 토트넘의 감동적인 재회"라고 전했다.

◇'친정팀' 팬들 박수 받은 에릭센

2013년 8월 토트넘에 입단했던 에릭센은 2020년 1월 인터 밀란(이탈리아)으로 떠나기 전까지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델리 알리(26·현 에버턴), 손흥민(30), 케인과 'DESK 라인'을 구축하며 이름을 날렸던 시기도 있었다. 2018-2019시즌엔 토트넘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에릭센은 작년 6월 덴마크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2020 유럽축구선수권 조별리그 핀란드전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손흥민을 비롯한 여러 선수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의식을 되찾고 나서 심장 충격기를 몸에 삽입한 에릭센은 지난 1월 브렌트퍼드와 계약했다. 2월 말에 다시 그라운드를 밟은 이후 리그 1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토트넘전에서 날카로운 킥으로 친정팀을 괴롭혔던 에릭센에게 축구 통계 전문 후스코어드닷컴은 양 팀 최고 평점(7.6)을 줬다.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은 "환상적으로 뛰는 에릭센을 보니 기쁘다"고 말했다. 콘테 감독은 인터 밀란 사령탑 시절 에릭센을 지도했던 인연이 있다.

오랜만에 만난 손흥민과도 포옹을 한 에릭센은 "토트넘을 떠난 후 첫 맞대결이라서 특별했다. 많이 긴장했지만 즐겼다"면서 "나는 여전히 토트넘 팬"이라고 말했다. 승점 1만 추가한 토트넘(승점 58)은 아스널(승점 60)에 4위 자리를 내주고 5위로 내려갔다. 프리미어리그에선 상위 4팀까지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나간다. 손흥민은 23일 영국 스카이스포츠가 발표한 리그 파워랭킹 1위에 올랐지만 브렌트퍼드전에서 슈팅을 하나도 시도하지 못했다.

◇호날두, 세상 떠난 아들 위해 세리머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는 23일 아스널 원정(1대3 패배)에서 전반 7분 양팀 팬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그는 최근 연인이 쌍둥이를 출산하는 과정에서 아들을 잃었다. 상심이 컸던 그는 지난 20일 리버풀 원정에 출전하지 않았다. 당시 리버풀 팬들은 호날두의 등 번호인 7번에 맞춰 전반 7분 위로의 박수를 보냈다. 아스널 팬들도 자식을 떠나보낸 호날두의 마음을 같은 방식으로 달래줬다.

0-2로 뒤진 전반 34분 만회 골을 넣은 호날두는 공중으로 뛰었다가 몸을 돌리며 착지하는 특유의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슬픈 표정으로 왼손 검지를 들어 하늘을 가리키며 아들을 추모했다. 이 골은 호날두의 100번째 프리미어리그 득점이었다. 2003-2004시즌부터 맨유에서 6시즌 동안 84골을 넣었고,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유벤투스(이탈리아)를 거쳐 올 시즌 맨유에 복귀해 16골을 넣었다.

축구 통계 전문 옵타에 따르면 호날두는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웨인 루니(이상 은퇴)에 이어 네 번째로 맨유에서 100호 골을 달성했다. 이번 시즌 리그 득점 2위 손흥민(17골)을 한 골 차로 추격했다. 기고자 : 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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