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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에게 답사는 밥과 같다. 작품성 높은 건축물이 건네는 건축가의 안목과 통찰, 전통 건축물이 주는 조상의 지혜, 소박한 건축물에서 느끼는 편안함까지.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다. 답사에 앞서 사전조사가 필수지만, 미처 살피지 못한 것과의 조우는 답사를 더욱 즐겁게 한다. 강화 교동도 답사에서 만난 송암 박두성(1888~1963)의 생가 터와 옛 교동교회가 딱 그 경우였다.

송암은 보통학교 교사를 거쳐 1913년 제생원 맹아부에 부임해 시각장애인 교육을 맡았다. 당시 평양 맹학교를 세운 로제타 셔우드 홀(Rosetta Sherwood Hall, 1865~1951)이 만든 평양점자가 있었지만 사용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선생은 1920년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는 한글점자 개발에 착수해 시각장애인들의 훈민정음인 '훈맹(盲)정음'을 완성했다. 발표일은 한글날 기념식을 처음 거행한 1926년 11월 4일이었다. 시각장애인들은 이때부터 훈맹정음으로 학문을 배우기 시작했고 훈맹정음과 로제타 홀의 한글점자 교재는 국가등록문화재이다. 현재 사용하는 점자 체계의 토대이기도 하다.

상용리 생가 터 건너편에 위치한 옛 교동교회도 함께 들러보면 좋다. 송암 집안이 건립에 도움을 준 교회인데 지붕에 새겨진 붉은색 십자가와 출입문이 두 개라는 점을 빼면 과거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옛 살림집과 비슷한 한옥 교회이다. 초창기에 세워진 성당이나 교회에 달린 두 개의 출입문은 우리나라 특유의 교회 건축 형태이다.

남녀 신도는 각기 다른 문으로 출입했고, 신도석 사이에는 칸막이나 커튼을 쳤다. 제단에 선 성직자의 시선을 기준으로 좌측에 여신도석, 우측에 남신도석을 배치하는 방식은 서양문화다. 결혼식장의 신랑신부 위치도 여기서 왔을 것이다.

작년 말 선생의 생가를 복원하고 주변 환경을 정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오는 20일은 장애인의 날, 교동도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 기고자 : 손장원 '건축가의 엽서' 저자·인천재능대 교수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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