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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셴룽 후임에 로런스 웡 재무장관
정계 은퇴한 前의장이 선정 작업
장관 등 19명 의견 종합해 결정

올해로 19년째 집권 중인 리셴룽(70) 싱가포르 총리가 후계자로 로런스 웡(50) 재무장관을 지명했다. 1959년 영국에서 독립한 싱가포르에서 탄생할 네 번째 총리 자리를 예약한 것이다. 지난 63년 동안 단 3명만 총리에 오를 정도로 최고 권력자 교체가 '드문' 까닭에 싱가포르 총리 후임자 선출 과정이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리 총리가 웡 장관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후계자 선정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며 싱가포르의 독특한 총리직 이양 방식을 상세히 보도했다.

싱가포르는 집권 여당인 인민행동당이 의회 의석의 90%를 장악한 사실상 일당독재 국가다. 싱가포르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어 의회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된다. 특이한 것은 싱가포르의 집권당은 당대표를 뽑을 때 당내 경선을 통하지 않고 현 총리를 포함한 당 지도부가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모든 총리가 이런 식으로 선출됐다.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리콴유(1959~1990년 재임) 초대 총리 이후 고촉통(1990~2004년 재임)과 리콴유의 장남 리셴룽(2004년부터 재임)이 총리직을 물려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칫 일부 세력의 권력 독점과 독재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싱가포르는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인구 577만 도시국가인 싱가포르가 1인당 국민소득(6만9130달러) 아시아 1위, 세계 8위 강소국 위상을 유지하는 것은 총리직의 안정적 승계에 따른 연속적인 리더십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8년 리 총리는 리콴유·고촉통·리셴룽을 잇는다는 의미의 '4세대(4G) 그룹'을 전체 16개 중앙 부처 중 10개 부처에 전진 배치했다. 후계자 물색을 위해 차세대 정치인 10명을 대거 기용한 것이다. 지난해 4월 '4G 그룹' 맏형 격이자 후계자 1순위로 꼽히던 헹스위킷(61) 부총리가 "더 젊은 사람이 싱가포르를 이끌어야 한다"며 총리 후보 용퇴를 선언했다. 리 총리는 곧바로 부분 개각을 통해 차기 총리 레이스에서 선두 주자로 꼽히던 3인방을 핵심 부처 장관 자리로 이동시켰다. 이렇게 50대 초반의 웡 재무장관과 옹예쿵(53) 보건부 장관, 찬춘싱(53) 교육부 장관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리 총리는 지난 2020년 정계를 은퇴한 코분완(70) 전 인민행동당 의장에게 후계자 선정 작업을 맡겼다.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최근 3주간 헹스위킷 부총리와 장관 16명, 국회의장, 전국노동조합회의 사무총장 등 총 19명을 만나 1시간 이상 심층 면담하며 후보 3명 중 누가 차기 총리로 적합한지 묻고 순위를 매기게 했다. 그 결과 15명의 선택을 받은 웡 장관이 후계자로 낙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리 총리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제학,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공행정학 석사 학위를 각각 받은 웡 장관은 지난 2005년 수석 보좌관으로 리셴룽 총리와 인연을 맺었다. 2011년 총선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그는 2015년 국가개발부 장관, 2020년 교육부 장관을 거쳐 지난해 재무부 장관을 맡았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정부 합동 코로나 태스크포스 공동의장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차기 총리감이란 평가를 받았다. 기고자 :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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