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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칼럼] "선거 지면 죽는다"던 당의 자살 사건

    양상훈 주필

    발행일 : 2022.04.14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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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화 위에 민주화의 꽃도 피었다. 글로벌 기업들이 탄생하고 젊은이들은 세계와 경쟁한다. 그런데 건강한 신체에 마치 부작용처럼 암세포가 자라듯 이 기적의 나라 한편에 독초가 무성해지고 있다. 한국 정치가 대의(大義)를 잃은 채 5년 기한의 권력 교대극이 된 지 오래지만 이제 최소한의 도리마저 내던졌다. 선을 넘은 권력 행사는 독(毒)이다.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대선 후보를 지킨다면서 검찰의 수사권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은 그저 해 보는 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민주당에 상식을 가진 정치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의 범죄를 덮기 위해 수사권을 없앤다는 것은 도둑이 포졸을 없애 자유를 얻겠다는 것인데, 지금 한국에서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 대통령이 임기 종료 며칠 전에 자신을 지키기 위한 법을 공포한다는 것 역시 영화에나 나올 얘기다. 임기 종료 며칠 전에 셀프 사면을 검토했다는 트럼프조차 이런 일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만약 이 법이 실제 만들어지면 세계 민주 국가에 영원히 남을 흑역사가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입 밖에 꺼내는 정치인도 없어야 정상이다. 자신의 정치 생명에 대한 자해 행위이기 때문이다. 실현 여부를 떠나 '문재인 이재명 지키기 법'의 당 차원 추진 자체가 넘어서는 안 되는 레드라인(red line)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황당한 법을 통과시키자고 결정했다.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다.

    민주당이 레드라인을 넘어 폭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 5년간 불가능을 가능케 해왔다. 이승만의 한미 동맹, 박정희의 한강의 기적, 김영삼 김대중의 민주화처럼 불가능을 가능케 한 그런 역사가 아니다. 나라와 사회를 위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 넘어서는 안 될 선, 국민 대부분이 '설마' 하는 일, 그래서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치워 온 역사다.

    선거법은 스포츠 경기의 룰과 같은 것이다. 자기편 골키퍼의 키가 크고 상대 골키퍼가 작다고 축구 골대를 더 높이는 법을 강행 처리한다는 것은 세계 민주국가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민주당은 선거법 일방 처리로 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국가의 형사 사법 제도를 한 정당이 마음대로 바꾼다는 것도 세계 민주 국가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민주당은 공수처 신설로 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다.

    세계 민주국가에서 다른 나라가 화를 낸다고 그 나라 구미에 맞게 법을 만들어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민주당은 대북 전단 금지법으로 그 불가능도 가능하게 했다. 세계 민주국가에서 다른 나라가 요구한다고 제 나라의 군사 주권을 내어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민주당 정권은 중국에 3불(不)을 약속해 이 불가능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민주당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때마다 우리 사회의 상식과 양식이 상처를 입고 신음했다. 이제 선거법 일방 변경, 형사 사법 제도 일방 변경, 외국을 위한 입법, 군사 주권 외국 양보는 한국에서 전례가 있는, 가능한 영역의 일이 됐다. 언제까지나 불가능의 영역에 있어야 할 재앙들이 판도라의 상자를 뛰쳐나와 우리 머리 위를 배회하고 있다. 그 때문에 정권을 잃은 민주당이 반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도둑이 포졸을 없애는 법'이라는 신기원을 또 하나 열려고 한다.

    민주당은 입버릇처럼 '선거에 지면 죽는다'고 해왔다. 자신들이 전 정권에 보복했으니 선거에 지면 자신들도 보복당한다는 피해 의식일 것이다. 그런데 피해 의식이 너무 지나쳐 어느 순간 강박증이 됐다. 이 강박증이 합리적 판단까지 마비시킨 것 같다. 궁극적으로 정치인과 정당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법이 아니라 민심이다. 지금 민주당은 민심이 아니라 법을 피난처로 삼으려고 한다. '노무현 트라우마' 때문이라지만, 노무현은 지금 민주당이 잘하고 있다고 할까 부끄러워할까. '문재인 이재명 지키기 법'은 오히려 두 사람을 '무리한 법 속에 숨어 사는 범법자'로 낙인찍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법이 피난처가 아니라 감옥이 된다. '지키기 법'이 '죽이기 법'이 되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 법을 끝내 강행 처리하면 레드라인을 지나 데드라인(dead line)까지 넘게 된다. 데드라인을 제 발로 넘으면 타살이 아닌 자살이다. '선거에 지면 죽임을 당한다'고 그 난리더니 실제 선거에 지자 스스로 무덤을 판다. 정치의 생사 갈림길에서 죽는 길은 잘 포장돼 있고, 사는 길은 험한 비포장 도로인 경우가 많다. 당사자인 문·이 두 사람이 민주당을 멈춰 세우고 민심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바란다. 잘못이 있으면 합당한 책임을 지겠다고 당연히 말해야 한다. 그다음은 민심이 판단한다. 그게 한때 나라를 책임졌던, 책임지려고 했던 정치인이 마땅히 가야 하는 길이다.
    기고자 : 양상훈 주필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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