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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벚꽃 계절이다. 남쪽에서 벚꽃이 북상하기 시작하면 바다에서는 주꾸미가 뭍에 오르기 시작한다. 주꾸미는 남해 여자만에서 서해 경기만까지, 강진 마량 어시장에서 진해 용원 어시장까지 서해와 남해에서 두루 만날 수 있다. 주꾸미를 잡는 방법은 계절과 장소에 따라 다르다. 어민들은 소라 껍데기를 엮은 '소라방', 통발, 안강망(긴 주머니 모양의 통그물) 등을 이용한다. 낚시로 주꾸미를 잡는 생활 낚시인들도 있다. 가을에 득량만에서는 소라방으로, 겨울 칠산바다에선 안강망으로 잡는다.

낚싯배들이 많은 포구는 가을철이 되면 주꾸미 낚시를 즐기려는 이들로 성황이다. 그래도 주꾸미는 봄맛이다. 20여 년 전까지 부안군 곰소 어시장이 으뜸이었다. 새만금 방조제가 막히기 전까지는 그랬다. 전국에 흩어진 가족들은 봄이 되면 곰소에 모여 주꾸미로 봄맛을 즐겼다. 금강, 만경강, 동진강이 만들어 내는 하구 갯벌은 주꾸미가 산란하는 최고의 장소였다.

주꾸미의 맛을 일찍 간파한 것은 충무김밥을 만들던 할매들이었다. 그때까지는 주꾸미가 흔하고 값도 헐했다. 매콤한 주꾸미 무침은 섞박지 무김치와 함께 충무김밥과 어울리는 천생연분이었다. 주꾸미 몸값이 비싸지면서 그 자리를 오징어와 수입 주꾸미가 차지했다. 주꾸미는 싱싱할 때는 산낙지처럼 회로 먹지만 볶음이 먼저 떠오른다. 봄 채소와 달콤하고 매콤하게 볶은 주꾸미는 잃은 입맛을 찾는 데 제격이다.

데쳐 먹을 때는 다리는 살짝, 머리는 푹 삶아야 한다. 그동안에 시금치, 배추, 냉이 등을 살짝 데쳐 곁들이면 좋다. 국물은 밥을 넣어 뭉근하게 죽을 쒀도 좋고, 라면을 끓여 먹어도 좋다. 봄 주꾸미보다 가을 주꾸미를 제철로 꼽는 식객들도 많다. '자산어보'는 주꾸미를 준어(?魚), 속명으로 죽금어(竹今魚)라 했다. '임원경제지'의 '전어지'에는 "초봄에 잡아서 삶으면 머릿속에 흰 살이 있으며, 찐 밥과 같은 알갱이들이 가득 차 있다"고 했다. 기고자 :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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