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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만명 도시 봉쇄로 극심한 고통… 혐중 정서 커질 듯

중국 상하이 민항(閔行)구에 거주하는 한국인 김은정(가명)씨는 평소 인근 코스트코(미국계 할인 매장)에서 식료품을 구입했다. 외국 생활이 처음이지만 국제도시 상하이에서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지난달부터 3주째 아파트 단지가 봉쇄되면서 김씨는 "중국에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는 코로나에도 일상생활을 하는데, 중국 방역엔 두 손 두 발 다 들었어요. 중국과 상하이를 좋아했는데 지금 같아선 빨리 귀국하고 싶습니다. 여행도 오고 싶지 않아요."

김씨의 가장 큰 문제는 먹거리였다. 지난 3주간 아파트 주민위원회에서 3차례 구호 식자재를 공급해줬지만 한국에서 안 먹는 민물 생선과 채소뿐이었다. 위챗(중국 메신저 프로그램) 단체 대화방을 통해 공동구매를 할 수 있지만 물건이 금세 동났다. 방역 당국의 요구로 예고 없이 중단되기도 했다. 바나나를 사려고 온종일 휴대전화만 들여다본 적도 있다. 김씨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서양인들은 밀가루, 파스타를 구하지 못해 물물교환을 하고, 갓난아기가 있는 집은 분유와 기저귀를 못 구해 난리"라고 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다른 외국인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 일본 NHK방송은 11일 "상하이 주재 일본 총영사관에 생활 물자 지원 요청이 끊이지 않지만, 총영사관 직원들조차 도시 봉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이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인구 2500만 대도시 상하이를 봉쇄하면서 고통받는 것은 중국인들만이 아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16만 외국인은 공산당의 교조주의적 방역 통제와 낯선 집단주의 문화 때문에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은 상하이 주재 총영사관 비필수 인력에 대한 철수를 시작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상하이 주재 총영사관의 비필수 인력과 그 가족에게 상하이에서 철수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도시 봉쇄로 조업이 중단되고 판매가 급감하면서 상하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경제적 피해도 커지고 있다. 농심, 아모레퍼시픽 등 상하이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들은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쓰다 등 상하이를 통해 부품을 조달하던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부품 부족으로 일본 공장의 가동을 일시 중지하기도 했다. 사사하라 신 일·중경제협회 상하이사무소장은 "상하이 수송망 80%가 마비된 상황"이라고 했다.

상하이시는 봉쇄 장기화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11일부터 시를 봉쇄 통제 구역, 관리 통제 구역, 방어 구역 등 3단계로 구분, 최근 14일간 감염자가 없었던 방어 구역은 가도·진(한국의 동·리) 안에서 주민 이동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상하이의 57%에 해당하는 지역이 봉쇄된 상태다.

상하이의 한국 기업 관계자는 "한국의 부모님은 '그런 데서 어떻게 사느냐'고 걱정하고, 서양 친구 가운데는 '중세 같은 비문명적 통제'라고 혹평하는 사람도 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혐중(嫌中) 분위기가 더 커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기고자 :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도쿄=최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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