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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플러, 마스터스 첫 우승

스코티 셰플러(26·미국)는 그동안 '우승 없는 선수 중에서 최고'라는 말을 지겹게 들었다. 그런데 지난 2월 첫 우승을 하더니, 이후 6주 동안 두 번 더 우승하며 세계 랭킹 1위를 거머쥐었다. 남들은 물론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한 '벼락 성공'이었다. 곧이어 맞이한 올해 마스터스는 그에게 진정한 시험대였다.

11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476야드)에서 셰플러는 마침내 그린재킷마저 차지했다. 2라운드부터 선두를 달린 그는 4라운드를 캐머런 스미스(29·호주)에게 3타 앞선 채 출발했다. 줄곧 선두를 지키며 버디 4개,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로 1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친 그는 2위 로리 매킬로이(33·북아일랜드)를 3타 차로 제치고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상금은 270만달러(약 33억2000만원)다.

초반엔 위기였다. 스미스가 1번(파4)·2번홀(파5) 연속 버디를 잡아 1타 차까지 따라붙었고, 3번홀(파4)에선 셰플러의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치우쳤다. 하지만 셰플러는 칩샷을 그대로 홀에 넣어 버디를 잡아냈다. 이 홀 보기를 한 스미스와 3타 차로 다시 벌어졌고, 이후 누구도 3타 이내로 셰플러를 따라잡지 못했다.

18번홀(파4)에 들어설 때 셰플러는 이미 5타 차 선두였다. 이제는 좀 즐겨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긴장이 풀렸는지 12m 거리에서 4퍼트했다. 더블보기를 한 셰플러는 민망해 했지만, 퍼트를 두 번 더 했더라도 우승은 그의 것이었다.

셰플러는 어린 시절 농구, 라크로스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다가 골프에 빠졌다. 프로 골퍼가 되겠다는 꿈이 간절해서 대회는 물론 연습 때도,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칼라 셔츠에 긴 바지를 입어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주니어 시절부터 이름을 날린 그는 2019년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 올해의 선수상, 2020년 1부 투어 신인상을 받았다. 2020년 8월 노던트러스트 대회에선 '꿈의 59타'를 기록했다. 키 191㎝, 체중 91㎏의 거구에 장타, 아이언샷 등이 고루 뛰어난데도 PGA 투어 데뷔 후 2년 넘게 우승 언저리에 가면 주저앉곤 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PGA 투어 성경공부 모임에서 만난 베테랑 캐디 테드 스콧을 영입했다. 스콧은 버바 왓슨(44·미국)과 2012·2014년 두 차례 마스터스 우승을 합작해본 경험이 있다. 분위기를 잘 읽고 노련하며 실없는 농담으로 긴장을 풀어주는 스콧과 함께하면서 셰플러의 성적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 지난 두 달 동안 여섯 대회에 출전해 네 번 우승한 그가 벌어들인 상금만 887만2200달러(약 109억원)에 달한다.

보드게임과 시트콤을 좋아하는 셰플러는 한결같이 겸손하고 단순한 성품이라고 한다. 한편으론 승부욕이 매우 강하다. 늘 차분한 얼굴로 깔끔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그는 우승 기자회견에서 "사실 오늘 아침에 아기처럼 엉엉 울었다"고 의외의 고백을 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고 아내에게 말했다." 가장 우승하고 싶었던 대회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눈앞에 왔다는 부담감에 짓눌렸다.

고등학교 때 만나 2년 전 결혼한 아내 메레디스는 "결과는 신에게 맡기자"며 남편을 다독였다. 경기장에 도착하자 마음이 금세 차분해졌다고 한다. 셰플러는 "나 자신이 곧 골프 스코어는 아니다. 10타 차로 우승을 놓쳐도, 다시는 우승하지 못한다 해도 나는 여전히 나 자신"이라고 했다. 기고자 : 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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