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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 24일 결선 투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그의 숙적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가 오는 24일 열리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에서 다시 한번 맞붙게 됐다. 지난 2017년에 이은 5년 만의 재대결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어수선한 국제 정치 환경과 에너지발(發) 물가 앙등으로 서민 경제난까지 덮친 상황에서, 프랑스 국민은 재선을 노리는 마크롱의 '엘리트' 리더십과 극우 이미지 탈색에 주력해온 '대선 3수생' 르펜을 놓고 또 한 번의 선택을 하게 됐다.

프랑스 내무부는 10일(현지 시각) 프랑스 본토 및 해외 영토 6만7000여 개 투표소에서 치러진 대선 1차 투표 결과, 전진하는공화국(LREM) 후보인 마크롱 대통령이 27.6%의 득표율로 1위, 르펜 RN 후보가 23.4%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하며 결선투표에 진출했다고 11일 발표했다. 3위는 22.0%를 득표한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다.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수의 득표를 하는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벌여 최종 당선자를 뽑는다.

당초 기대를 모았던 극우의 신성(新星) 에리크 제무르는 7.1%의 한 자릿수 득표율에 그쳤다. 유럽연합(EU) 탈퇴, 이민 전면 금지 등 극단적 공약과 인종차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찬양 이력 등이 부각되며 지지층이 이탈했다. 정통 보수 정당인 공화당(LR)의 사상 첫 여성 후보 발레리 페크레스는 "메르켈과 대처를 닮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 "리더십과 강단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득표율이 4.8%에 그쳐 5% 이상에만 주는 정부의 선거 보조금도 받지 못할 처지다.

이번 선거에선 르펜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르펜은 지난 2012년 첫 도전에서 득표율 17.9%로 3위에 머물렀으나, 2017년 2위(21.3%)로 결선에 진출했다. 이번에 나온 23.4%의 득표율은 역대 최고다. 총 101개 데파르트망(지역 단위) 중 프랑스 북동부와 남부의 40여 개 지역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앞지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노동자와 서민이 많은 지역이다. 프랑스 시뉴스TV는 "르펜이 결선에서 마크롱과 박빙의 접전을 벌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극우 이미지를 탈색하고 친서민, 친노동자 정책을 내놓은 것이 상당한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르펜은 휘발유와 가스, 전기에 붙는 20% 부가가치세를 5.5%로 낮추고, 고속도로를 국유화해 공짜로 만들겠다는 공약으로 서민층의 주목을 받았다. "국민투표로 EU를 탈퇴하겠다"던 정책을 과감히 폐기하고, 프랑스 극우의 대부(代父)인 아버지 장-마리 르펜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일간 르몽드는 "뒤늦게 등장한 에리크 제무르가 선명한 반(反)EU, 반이민, 반이슬람 정책을 내세우면서 마린 르펜의 이미지가 순화됐다"는 분석도 내놨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보다 훨씬 힘든 싸움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그는 신종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대응, 관광 대국 프랑스 경제의 몰락을 막았다. 또 취임 당시 10%를 넘었던 실업률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인 7.4%로 끌어내리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2018년 유류세 인상 방침으로 '노란 조끼 시위'를, 2019년에는 민간과 공공부문의 연금 시스템을 통합하는 연금 개혁안으로 대규모 총파업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신선한 개혁가'라는 취임 초기의 이미지가 퇴색하고, 서민과 노동자층의 민심을 잃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인 외교 노력도 별 성과가 없었다.

프랑스 언론은 두 사람의 승패가 극우에 반대하는 이른바 '공화국 전선'의 형성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2017년 결선 때도 유권자 사이에 "극우에 정권을 넘겨 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마크롱 대통령이 66%의 득표율로 낙승을 거뒀다. 멜랑숑과 페크레스, 안 이달고 등 중도 및 좌파 후보들이 이미 '르펜 반대' 혹은 '마크롱 지지'를 선언한 상황에서, 20일로 예정된 TV 토론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래픽]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vs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

[그래픽]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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