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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제한 완화되고 택시기사 숫자 줄어 당분간 잡기 힘들듯

지난 8일 자정 무렵 서울 마포구 지하철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주변은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도로에 늘어서 손을 흔드는 사람만 30~40명이었고, 근처 건물 계단이나 인도에 주저앉아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을 들여다보며 택시를 부르는 사람은 90~100명이나 됐다. 밤 12시부터 10분간 이 앞을 지나간 택시 35대 중 빈 차는 단 2대였다. 대학생 김모(19)씨는 "집이 성동구라 가까운 거리도 아닌데, 40분째 택시를 불러도 차가 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곳에 있던 이들은 새벽 1시가 돼서야 하나둘 택시를 타고 떠났다.

지난 4일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 완화로 식당·주점 등의 영업시간이 밤 11시에서 자정으로 늘어나고 사적 모임 제한 인원이 8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났다. 일상 회복 기대감으로 각종 모임이 늘어나자 심야 '택시 대란'이 다시 시작될 조짐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주 직장이 몰려 있는 서울 광화문과 종로 일대,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강남역 부근 등에선 "택시 잡기가 코로나 전보다 더 힘들다"는 이가 많았다. 자정까지 모임을 갖는 사람이 늘어난 반면, 코로나 사태 이후 크게 줄어든 택시 운전사 수는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택시 기사들은 최근 LPG 가격이 크게 오르자 "밤에 다녀봐야 연료비 따지면 남는 게 없다"며 야간 운행을 줄이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도 지하철이 밤 12시에서 새벽 1시로 연장 운영될 가능성도 낮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 자정 가까이 모임을 갖거나 야근하는 직장인 중엔 "일상 회복보다 택시 대란이 먼저 온 것 같다"고 말하는 이가 많다. 자정쯤부터 1시간 안팎 기다려 겨우 택시를 탔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취업 준비생 안모(26)씨는 "지난 9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친구들과 모인 뒤 택시를 잡으려는데 도저히 잡히지 않아 할 수 없이 집까지 40분을 걸어갔다"고 했다. 광화문에서 일하는 권모(36)씨는 "지난 6일 야근을 마치고 오전 12시 50분부터 택시를 계속 불렀는데 잡히지 않아 40분을 날렸다"고 했다.

택시 업계에서는 이런 택시 대란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모임이 늘어나 택시 수요는 늘고 있지만 택시 운전자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기 때문이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법인 택시 운전자는 2019년 말 10만2320명에서 작년 말 7만5403명으로 2년 새 3만명 가까이 줄었다. 연합회 관계자는 "배달 등 다른 직종으로 옮긴 기사가 많아 손님이 늘어난다고 해서 단기간에 기사 숫자도 늘어난다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택시가 주로 쓰는 LPG 등 연료비가 치솟은 것도 야간 택시 공급을 위축시킨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차량용 부탄(LPG) 가격은 1년 새 1L당 959원에서 1226원으로 27.8% 올랐다. 개인택시 기사 권모(65)씨는 "새벽에 운행하면 주간보다 1만~2만원 정도 더 벌 수 있지만, 이동 거리가 머니 연료비도 많이 나와 계산해보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안도 없다. 특히 정부의 거리 두기 완화 등과 무관하게 서울교통공사는 코로나 사태 이전처럼 오전 1시까지 지하철 막차 운행을 연장하지 않을 방침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코로나 장기화로 공사 재정이 나빠졌으며, 코로나 이전에도 심야 승객은 많지 않았다"며 "2020년 4월 이후 잠정 중단했던 연장 운행을 지난 2월 완전 폐지했다"고 했다. 다만 오는 18일부터 심야 버스인 '올빼미 버스'가 현재 9노선, 72대에서 14노선, 100대로 단계적으로 늘어나 시민들 귀가에 얼마큼 도움이 될 전망이다. 기고자 : 박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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