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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동네에서 가장 먼저 키오스크를 도입한 우동 가게가 있었는데, 우동을 먹기보단 신선한 주문 방식을 체험하고 싶어 그 가게에 가곤 했다. 그러면서 얼리 어답터가 된 것 같은 자부심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얼마나 우스운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이토록 빠른 시간 안에 키오스크가 보편화될 줄 몰랐으니 말이다. 어딜 가도 보이는 키오스크를 보면 아직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부모님에 대한 걱정이 든다.

며칠 전 패스트푸드점에 햄버거를 사러 갔다. 키오스크 두 대가 일렬로 놓여 있었다. 화면을 터치해 햄버거 세트를 담았다. 그런데 결제하기 버튼이 나오지 않고 자꾸만 화면이 초기화되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옆에서 누가 나를 불렀다. "저기요. 저 좀 도와주실래요?" 양복을 입은 노년의 신사가 나와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도움을 청하는 그 눈빛에서 부모님이 보여 어떻게든 도와드리고 싶었다. 우리 뒤로 여러 명이 이미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잠시만요. 저도 안 돼서 제가 먼저 좀 하고 도와드릴게요." 화면 위로 똑같은 현상이 반복되었다. 식은땀이 났다.

미로에 갇힌 것 같았다. 이것저것 눌러 보아도 같은 화면의 무한 반복이었다. 뒷사람이 앞에서 들으라는 듯 크게 한숨을 쉬었다. 목이 바짝 마르고 마른침을 삼켰다. "뭣이 이리 복잡한가." 노신사는 돋보기를 끼고 화면 여기저기를 눌렀다. 그러다 그가 손뼉을 탁 쳤다. "이거네. 이거." 그가 눈에 잘 띄지 않는 버튼 하나를 찾아냈다. 나도 그를 따라 화면을 터치했다. 이윽고 결제하기 단계로 넘어갔다. 도움을 받은 쪽은 나였다. 나는 무슨 오만한 자신감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내 코가 석 자인데.

우리는 안도하며 각자 신용카드를 꺼내 기계에 집어넣었다. 뒷사람이 우리를 보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그 사람의 모습이 얼마 전까지 내 모습이었다. 미로에 함께 갇혀있던 노신사와 나는 탈출의 기쁨으로 잠시간 서로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기고자 : 황수아 2022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73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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