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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 안듣는 통계청장 경질

정부 기관에서 발표하는 통계들은 국가의 공식 기록으로 가장 객관적인 정보가 담겨 있어야 한다. 그만큼 정보 수집 과정이나 데이터 관리가 체계적이고 과학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통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이른바 '통계의 정치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첫 통계청장이었던 황수경 전 청장이 취임 후 13개월 만인 2018년 8월 갑자기 경질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통계에 따르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차이인 소득분배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소득 양극화가 완화될 것이라던 문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는 상반되는 결과였다.

황 전 청장이 이임식 등에서 "그동안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내가 썩 말을 잘 듣는 편은 아니었다"고 발언하면서 통계가 정치적으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졌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통계가 마음에 안 든다고 통계청장을 경질해버렸다"며 "언제 목이 날아갈지 모르는데 대통령 앞에서 진실을 진실답게, 사실을 사실로서 얘기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후 통계청은 조사 대상 표본을 재설정하고 조사 방식도 바꿨고 그 결과 소득분배 악화 정도가 축소됐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에서도 잘못된 통계 활용이 임기 막판까지 문제가 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강남4구 실거래 계약을 보면 평균 하락 금액은 3억4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집값 하락론을 펼쳤다. 부동산 시장 안정의 증거로 강남아파트 집값 하락을 내세운 것이었다.

홍 부총리는 당시 집값이 내렸다는 근거로 부동산원 통계를 인용했다. 그러나 당시 KB국민은행이 조사한 주간 아파트값은 서울과 수도권 모두 하락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3억4000만원이라는 하락 폭 역시 강남 전체 아파트를 전수 조사한 결과가 아니라 하락 신고가 들어온 16개 단지로만 평균을 매긴 것이라는 점이었다. 마치 일부 사례가 전체인 것처럼 표현한 것이다. 기고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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