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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이 전쟁을 막는 데 실패했다. 푸틴을 오판했고, 러시아를 민주주의의 길로 이끌지 못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각) 공영 방송인 체데에프(ZDF) 인터뷰를 통해 21세기 들어 독일이 펼친 대(對)러시아 전략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실토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날 "우리(독일)는 지난 20년간 러시아를 유럽 안보 체계 안에 편입시키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한 길에 동행토록 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상호 의존을 높이려던)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사업 강행 역시 분명한 실책이었다"며 "결과적으로 수십억 유로짜리 사업이 좌초했고, 동유럽의 여러 나라들로부터 독일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수십 년간 독일이 러시아를 유화적으로 대하고, 각종 정책을 통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끌어들이려 했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그 모든 노력이 헛수고였음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3일 "2008년 나토 정상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한 독일과 프랑스의 전략이 결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민간인 학살의 원흉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메르켈 전 총리는 "2008년의 결정을 고수한다"며 당시 독일의 결정이 옳았다고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때 메르켈 내각의 일원이었던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메르켈의 전략과 정책도 잘못된 것이었음을 고백한 것이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친(親)러 색채를 보여온 사회민주당(SPD) 출신이다. 같은 당 출신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정부에서 6년간 총리실장을 지내며 러시아 문제를 담당했다. 그 뒤를 이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재임 시엔 8년간 외무장관을 지내며 대(對)러시아 외교 정책을 실행했다.

그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는 아쉬움도 내비쳤다. 그는 "지난 2001년 독일 연방 하원에서 연설했던 푸틴 대통령과, 지금 벙커 속에서 전쟁을 선동하는 푸틴 대통령은 구분해야 한다"며 "지금의 푸틴 대통령 치하에서는 (러시아와 유럽이) 과거와 같은 상태로 복귀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전날 기자 회견에서 "나는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제국주의적 망상을 위해 조국의 경제적, 정치적, 윤리적 몰락을 감수하지 않으리라 믿었지만, 이는 착각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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