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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땅… 오늘의 판결] 어린이집 원장이 CCTV 지웠는데 大法 "처벌 못해"

    이정구 기자

    발행일 : 2022.04.07 / 사회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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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집의 CC(폐쇄회로)TV 영상을 고의로 삭제한 원장을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울산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한 A씨는 2017년 11월 어린이집 CCTV 녹화 영상이 저장된 하드디스크를 교체해 기존 영상을 삭제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한 원생의 부모가 "담임교사가 아이를 방치한 것 같다"며 영상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는데, A씨는 공공형 어린이집 취소 등을 우려해 수리업자를 불러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에게는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이 법의 15조의5 3항은 어린이집 운영자가 CCTV 영상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의무를 규정했고, 54조 3항은 "영상정보를 분실·도난·유출·변조 또는 훼손당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관리를 잘못해 CCTV를 '훼손당한 자'에 대한 처벌 조항만 있고 '훼손한 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었다.

    A씨를 '훼손당한 자'로 봐야 할 것인지가 이 사건 재판에서 쟁점이 됐고 1·2심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영유아보육법은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영상정보를 훼손당한 어린이집 운영자를 처벌한다는 취지이며 이 사건처럼 스스로 영상정보를 훼손한 경우에는 위 조항을 적용해 처벌할 수는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영유아보육법상 처벌 대상인 '훼손당한 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유죄(벌금 500만원)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심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법조문을 확장 해석했다"며 사건을 무죄 취지로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대법원은 "영유아보육법 54조 3항의 처벌 대상은 안정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위반해 영상정보가 훼손당하는 등으로 원장, 보육교사와 영유아의 사생활을 노출시키지 않을 의무를 위반한 사람을 가리킨다"며 "삭제와 은닉 등 방법으로 직접 이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이 규정의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기고자 : 이정구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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