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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物相] 아, 마리우폴

    김태훈 논설위원

    발행일 : 2022.04.05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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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군 폭격이 집중되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도시 마리우폴은 비극의 현장이다. 도시의 90%가 폐허로 변했다. 대부분 전쟁과 상관없는 민간 시설이다. 폭탄이 떨어진 산부인과 병원에서 실려 나온 만삭 여성은 며칠 후 사망했다. '어린이' 표지를 큼지막하게 쓴 극장에도 폭탄이 떨어져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늘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러시아가 완전히 폐허로 만든 체첸 수도 그로즈니와 똑같다. 21세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니 믿기지 않는다.

    ▶2차 대전 때는 적국의 전쟁 수행 의지를 꺾는다며 민간 지역을 대대적으로 폭격했다. 그런 폭격으로 민간인 수십만 명을 죽였지만 그것으로 전쟁이 끝나지는 않았다. 그 후 전쟁 중 민간인에 대한 의도적인 공격은 국제법으로 금지됐다. 민간 거주 지역에 지뢰를 묻는 것도 전쟁범죄다. 병원처럼 생존에 필수적인 기반 시설도 공격해선 안 된다. 주민을 감금·고문·살해하고 강간하는 등 인도주의에 위반하는 가혹 행위, 제노사이드(집단 살해)도 국제형사재판소(ICC) 처벌 대상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마리우폴을 거점으로 활동해 온 아조우(Azov) 연대를 신(新)나치로 규정한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들의 테러로부터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작전이라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해도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전면 침략의 억지 명분일 뿐이다. 지금 러시아군은 생포하거나 사살한 우크라이나인 옷을 벗겨 나치 문신을 찾느라 혈안이라고 한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주말 수도 키이우 인근 마을들을 탈환하면서 러시아군이 저지른 전쟁범죄 참상이 드러나고 있다. 도로를 달리던 차에 총탄 세례를 퍼붓고, 차 밖으로 나온 민간인을 사살하는 장면도 있다. 증거인멸을 위해 러시아군이 불태운 차 안에선 여성이 숯이 된 채 발견됐다. 키이우 인근에서 암매장된 민간인 시신 400여 구가 나왔다. 손이 뒤로 결박된 시신도 있었다. 유고 내전 당시의 끔찍한 학살을 보는 것 같다. 러시아군에 강간당한 여성들 사례도 보고되기 시작했다.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학교 400여 곳, 병원 110여 개, 주거지 1000여 동이 파괴됐고 민간인 1만명 이상이 죽거나 다쳤다. 푸틴 한 사람의 망상이 빚은 비극이다. 국제형사재판소가 전쟁범죄 증거 수집에 나섰지만 푸틴을 법정에 세우기는 쉽지 않다. 러시아는 2016년 ICC를 탈퇴했다. 그러나 수십 년이 걸린다고 해도 푸틴을 인류의 법정에 세워야 한다. 그가 발 뻗고 편히 잠들 수 있다면 세계 누구도 편히 잠들 수 없을 것이다.
    기고자 : 김태훈 논설위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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