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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視角] '삥 뜯기'가 노조의 일인가

    이해인 사회부 기자

    발행일 : 2022.04.05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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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부천에 본사가 있는 어느 시공업체는 올해부터 한 건설노조에 매달 185만원씩 주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노조 발전기금 명목으로 1000만원도 냈다. 채용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올해 전국에서 7곳의 사업을 따낸 이 업체는 각 현장별로 적게는 1곳, 많게는 13곳의 노조에 돈을 낸다. 올해 주기로 한 돈만 벌써 2억3570만원에 달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장 사무소를 차리자마자 쫓아와 채용해 달라고 시위를 벌이거나 아니면 채용해 달라고 떼를 안 쓸 테니 돈을 달라고 하는 노조원이 수십 명"이라고 말했다.

    건설 현장에서 활동하는 노조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이들은 노조원을 채용해 달라고 시위를 벌이거나 '조용히 넘어갈 테니 발전기금을 달라'며 돈을 요구한다고 한다. 노조는 떼를 쓰면 건설업체가 요구 사항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 한 중소 건설업체 대표는 "이들이 현장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여 공사를 하루만 못 해도 수천만원의 손실이 생긴다"며 "원청에서도 웬만하면 조용히 해결하라고 하는 통에 현장에서 노조를 상대해야 하는 하청 업체들이 그들의 요구를 들어준 게 10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노조질'이 '돈이 된다'는 소식에 이 같은 행패를 부리는 집단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고 한다. 노조는 민노총·한노총 같은 양대 노총만 있는 게 아니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건설 현장에 36개의 노조가 있다. 한 건설업체 임원은 "실제 노조원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유령 노조까지 합치면 50곳이 넘을 것"이라며 "요즘에는 젊은이들이 노조원이라는 명함을 파고 다니며 돈을 요구한다"고 했다. 현장의 건설업체 직원들은 이 같은 노조를 두고 '합법적 활동의 탈을 쓴 깡패 집단'이라고 부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선 노조를 허가제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현행법상 노조는 2인 이상이면 누구나 설립할 수 있다. 서울 지역 건설업체에서 일하다 작년 8월 노조 관리를 제대로 못 했다는 이유로 21년 만에 회사를 나오게 됐다는 한 임원은 "공사를 방해하거나 돈을 뜯는 우리나라의 노조는 법 위의 무소불위 집단이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정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건설 현장에서의 불법 활동을 근절하겠다고 했다. 작년 경찰은 불법 행위를 저지른 노조원 143명을 송치했지만 이들 대부분은 벌금형 같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 현장에선 "정부가 아무리 나서도 현장의 노조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불과 2주 전에도 어느 노조는 안전 미비 사항이 없는지 찾겠다며 남의 사업장에 드론을 띄웠다. 정부의 방관 아래 전국 곳곳의 건설 현장에선 '합법적 시위'라는 이름의 괴롭힘이, '관행'이라는 이름의 '삥 뜯기'가 오늘도 벌어지고 있다.
    기고자 : 이해인 사회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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