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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전 대출받아 나눠먹자"… 편법 사기 기승

    윤진호 기자

    발행일 : 2022.04.05 / 사회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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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대환대출로 빚 갚고 추가 대출… 남는 돈 브로커와 나누고 개인 파산
    '파산 신청 땐 빚 전액 탕감' 악용… 통대환 의심 4개월간 8800건 넘어

    경기도 수원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A(39)씨는 2년 전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급감하자 빚 3000만원을 떠안고 가게 문을 닫았다. 이후 1년간 무직으로 지내다 작년 초 중소기업에 취직했지만, 그사이 다른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서 돈을 더 빌리다 보니 빚이 7800만원까지 불어났다.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만 200만원에 달했는데, 200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으로는 빚을 줄이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빚에 치여 살던 A씨는 작년 8월 한 대출 브로커에게 귀가 솔깃해지는 제안을 받았다. "어차피 빚을 못 갚으면 개인 파산을 해야 하는데, 그 전에 '통대환대출'을 이용하면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것이었다. 통대환대출이란 여러 금융사에서 빌린 대출을 한곳으로 통합하는 대출 방식을 말한다. A씨는 통대환대출로 7800만원을 받아 기존 대출금을 갚았다. 전체 빚더미 규모는 그대로였지만 기존 다중 채무 상태였던 대출금을 갚은 기록이 쌓이기 때문에 신용 점수가 올라가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A씨는 6개월 뒤 신용 점수가 올라가 대출 한도가 늘어나자 한 P2P(개인 간 금융)업체에서 9000만원을 빌려 통대환업체와 나눠 가진 뒤 개인 파산 신청을 했다. 빚을 갚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통대환업체에서 빌린 돈 7800만원과 수수료 780만원을 떼고 A씨는 420만원을 챙겼다. 수수료는 업체 몫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생계가 어려워진 채무자가 많아지자 '통대환대출'을 악용한 편법 금융 사기가 늘어나고 있다. 통대환대출 브로커들은 여러 금융사에서 빌린 돈을 일시적으로 대신 갚아주고, 약 6개월 뒤 신용 점수가 오르면 또 다른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통대환대출 자체는 복잡한 채무 관계를 정리한다는 측면에서 합법적이지만, 이를 악용한 브로커들이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챙기고 채무자를 개인 파산하도록 만든다는 점이 문제다.

    통대환대출 브로커들은 '컨설팅' '채무 재조정' '서민 대출 상담' 등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한 블로그를 통해 채무자들을 유인한다. 법을 가장 잘 아는 변호사들까지 개입해 "개인 파산이 유리하다"고 안내한다.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는 "대출 모집인뿐만 아니라 강남에서 변호사 사무실 간판을 내걸고 실제로는 통대환대출 브로커로 활동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통대환대출 브로커들은 P2P업체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표적으로 삼는다. P2P업체인 피플펀드에서는 2021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간 통대환대출로 의심되는 대출 여부 조회가 8814건 발생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294건, 202건에 불과했는데, 30~40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이다.

    통대환대출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개인 파산도 급증하고 있다. 2019년 4만5642건이었던 개인 파산 신청 건수는 지난해 4만9063건으로 늘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벼랑 끝까지 몰린 채무자들은 당장 눈앞에 있는 빚을 없애려고 개인 파산이라는 도덕적 해이 유혹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대환대출

    여러 곳에서 빚을 진 다중 채무자가 다른 곳에서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을 갚는 것이다. 대출을 한곳으로 통합하는 것인데, 일단 기존 대출을 상환하니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 일부 대출 브로커들이 이런 채무자들에게 추가 대출을 받고 파산해 탕감받도록 알선해주고 대출금 일부를 나눠 갖는 편법 행위가 늘고 있다.
    기고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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