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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쌩~ 무거운 대형세단 맞아?

작년 말 국내 출시된 벤츠의 플래그십 전기차 EQS를 타봤다. S클래스의 전기차 버전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 보니 느낌이 달랐다. S클래스가 뒷좌석 승객을 위한 중후한 세단이라면, EQS는 운전자를 위한 스포츠 세단의 느낌이었다. 실제 EQS 외관은 살짝 각이 진 S클래스보다 훨씬 유려하고 날렵했고, 뒷좌석 공간은 생각만큼 넓지 않았다.

차 안에 들어서니 압도적인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왔다. 운전석·조수석·중앙 디스플레이를 하나로 합친 'MBUX 하이퍼스크린'이다. 화려함에 감탄하며 이것저것 눌러보며 앞좌석 안마기능을 작동시켰다. 안마의자 수준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생각보다 힘이 약해 큰 도움은 안 될 것 같았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주행가능거리가 500㎞ 이상 표기돼 있었다. 인증받은 주행거리는 478㎞다. '안녕 벤츠'하고 음성인식비서를 호출한 뒤 목적지를 말하고 달렸다.

달리는 순간, "역시 이게 바로 벤츠 전기차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형 전기 SUV인 EQA를 타봤을 때 느꼈던 주행 안정감과 부드러움, 그리고 가속력이 EQS에서 극대화된 느낌이었다. 야간에 뻥 뚫린 도로에서 가속페달을 있는 힘껏 밟았는데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빨리 속도가 붙어 아찔할 정도였다. 액션 영화에서 '쌩' 하고 무한질주하는 차에 탄 기분이었다. 대형 세단인데도 차가 너무 가볍게 느껴져 공기저항계수가 전 세계 양산차 중 가장 낮다는 말이 실감났다.

내연기관차를 변속할 때 쓰는 운전대의 '패들 시프트'는 '회생 제동' 강도를 조절하는 용도로 바뀌어 있었다. 회생제동은 감속할 때 버려지는 에너지를 배터리 충전에 활용하는 것으로 강도가 높을 경우 가속페달을 떼는 동시에 감속이 진행돼 몸이 앞으로 쏠린다. 이 차는 회생제동을 보통으로 설정해놓으니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강도를 높여도 괜찮은 편이었다. 회생제동을 낮추면 차의 날렵함이 배가됐다. MBUX는 화려했지만, 내비게이션은 지나치게 정보가 많아 시인성은 좋지 않았다. 가격은 1억7700만~1억8100만원. 기고자 : 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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