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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등장하는 가상인간… 인간 모델 초상권 침해 논란

지난달 만난 30대 모델 겸 배우 A씨는 "제 얼굴과 표정을 가상 인간이 훔쳐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 1월 '가상 인간' 모델 시안(試案) 제작을 위한 촬영에 응했는데, 최근에야 자신과 똑 닮은 모습의 가상 인간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시안 제작 당시 A씨는 이틀간 140만원을 받고 수백 대의 카메라에 둘러싸여 촬영을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단순 참고용 촬영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작사는 AI(인공지능)를 이용해 A씨의 생김새뿐만 아니라 안면 근육의 움직임까지 구현한 가상 인간을 만들어냈습니다. 활용 범위도 당초 '뮤직비디오 출연'에서 "화보와 소셜미디어 활동 등으로 확대한다"고 일방 통보했다고 합니다. A씨는 "모델로서 쌓아올린 자산을 강탈당했다"고 했습니다.

가상 인간 모델 제작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A씨처럼 초상권 침해를 당하는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원의 이유정 변호사는 "모델과 가상 인간의 외모 동일성이 인정된다면 인격권과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모델·배우들 사이에서는 가상 인간들이 자신들을 대체하고 있다는 위기 의식도 퍼지고 있습니다. 작년 7월 모델로 데뷔한 로지 등 1세대 가상인간들이 광고계를 점령했고, 올해 새로 등장하는 가상 인간들은 가수, 배우, 쇼호스트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LG전자가 만든 가상 인간 김래아는 가수로 데뷔할 예정이고, 게임사 스마일게이트의 가상 인간 한유아는 YG케이플러스와 계약을 맺고 음원 발매를 앞두고 있습니다. 모델·배우 업계에선 가상 인간 제작에 부당하게 동원되는 사례가 더 많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AI 모델을 만드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인격권을 침해당하지 않도록 살피는 것은 결국 기업들이 해야 할 몫이라는 생각입니다. 기고자 : 이벌찬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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