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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손가락을 다쳤다. 아이들이 장난을 치면서 닫은 문틈에 내 손가락이 낀 것이다. 절로 "악!" 소리가 났다. 주저앉아 눈물 한 방울 또르르 흘렸다. 그 후 며칠 동안 손톱을 누를 때마다 욱신욱신 통증이 밀려왔다.

여느 때처럼 집 안 청소를 하거나 글을 쓰느라 타자를 칠 때마다 여간 아픈 게 아니었다. 통점이 자극받을 때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손가락이 비명을 지르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외상이 보이지 않으니 아프다고 투정을 부려도 가족들은 대수롭지 않게 쳐다봤다. 참 이상했다. 그토록 아픈데 겉으로 아무런 흔적이 나타나지 않는 인체의 신비란.

멍이 올라온 건 이틀 뒤였다. 계속해서 후끈후끈 열감이 느껴지던 손톱 안쪽으로 붉은 멍이 들기 시작했다. 여전히 물건에 스칠 때마다 아팠고 가끔은 통증에 밤잠 설치기도 했다. 통증이 가라앉은 건 닷새 뒤다. 그때쯤 붉은 멍이 보라색으로 변했다. 눈에 띄는 이 보라색 멍을 이제 가족들을 비롯해 주위 사람들이 알아채기 시작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손가락 왜 그래요?" "얼마나 세게 다쳤길래?"라고 물어보기 시작한 것이다. 회복이 되면서부터 비로소 손가락은 제법 아파 보이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투정 부릴 때 외면받고, 좋아지고 나서야 아픔을 공감받았으니, 내가 원하는 타이밍으로부터 어떻게 이렇게 절묘하게 한 박자씩 늦을 수 있을까.

살면서 공감받고 싶은 순간이 있다. 특히 몸이 아플 때 그렇다. 마음 아플 때도 마찬가지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가 이심전심으로 먼저 내 등을 토닥여주고 따뜻한 한마디 건네주기를 내심 바란다. 하지만 타이밍은 내가 원할 때 와주지 않는다. 그게 서운하다가도 늦게라도 건네주는 한마디 말이 고맙다. 멍이 거의 사라질 때쯤 손톱이 빠졌다. 불쌍한 모양새다. 손톱이 다시 자랄 때까지 손톱 빠진 손가락을 본 지인들은 한마디씩 위로의 말을 건넬 것이다. "괜찮아요? 정말 아팠겠어요." 나는 그런 말 한마디가 참으로 좋다. 기고자 : 황수아 2022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98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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