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대통령직 인수위가 1년 한시적으로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최고 세율을 현재 75%에서 45%로 내려주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인수위가 처음 발표한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다. 징벌적 양도세가 거래 절벽을 낳고 집값 상승을 촉발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가 의도대로 주택 매물 증가로 이어진다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부동산 대책이 동반하지 않는다면 도리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고 공시가를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는 등의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에 시장에선 보유세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만약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면 주택을 팔지 않고 버틸 것이다.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것이 앞으로도 계속 불리하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주어야 양도세 완화의 정책 효과가 날 수 있다.

집값 대책은 시장과 벌이는 심리전 성격이 강하다. 섣부른 정책으로 잘못된 신호를 줄 경우 기대 심리에 불을 붙여 집값을 반등시킬 위험이 있다. 이미 현장에선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지역에 따라 집값이 들썩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윤 당선인의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에 따라 서울 강남 등의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급반등하는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우려스러운 일이다.

부동산 정책의 큰 그림이 없는 상태에서 부분적 규제 완화가 나오면 자칫 투기 심리에 불을 붙일 수 있다. 이런 실패를 피하기 위해선 공급·세제·금융을 망라하는 종합 청사진을 제시해 시장 참가자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선의의 실수요자들을 괴롭히는 과도한 규제는 고치되, 250만호 공급 대선 공약의 구체적 실행 방안을 함께 제시해 좋은 집이 끊임없이 쏟아진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이 세제다. 집값 안정을 위한 대원칙은 '보유세 강화, 거래세 인하'인데 문 정부는 둘 다 모두 가파르게 올리는 바람에 '세금 폭탄'을 만들었다. 새 정부는 문 정부가 과도하게 올린 거래세를 내려 매물 숨통을 터주되, 보유세는 투기 심리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세밀하고도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110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