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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장성급회담에서 오는 17일 남북을 잇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를 1회에 한해 시험 운행하기로 합의했다. 남북 철도 시험 운행은 남북이 2004년부터 매년 합의하고 일정까지 잡았으면서도 북한 군부의 ‘군사적 보장’ 조치가 없어 세 번이나 무산됐었다. 이번에도 북한 군부는 ‘잠정합의서’라는 말로 군사적 보장 조치는 딱 한 번이라고 못을 박았다.

북은 이렇게 선심 베풀듯 남북 열차가 한 번 왔다 갔다 하게 해주고 신발과 비누 등을 만들 원자재 8000만 달러어치를 받아 갈 예정이다. 남측은 그 대가로 북한 광물 개발권을 받는다지만 어느 정도 구체성과 경제성이 있는 약속인지는 내다보기 어렵다.

애초에 북한 군부의 군사적 보장 조치란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의 나라’ 북한에서 남북 회담하는 쪽 따로 두고 군부 따로 둬서, 한쪽이 남쪽과 합의한 것을 다른 쪽이 뒤집을 수 있다는 논리 자체가 꾸며낸 말일 뿐이다. 군사적 보장이란 것은 북측이 남북 회담에서 무엇을 얻어낸 다음에 다시 한 번 더 얻어내기 위해 설치한 假設가설 무대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철도 시험 운행 외에도 한강 골재 채취, 임진강 수해방지 노력 등 여러 사업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件件건건이 북쪽이 ‘군사적 보장 不可불가의 스위치’를 누르면 거기에 맞춰 춤춰야 할 판이다.

정부는 이것도 이 무슨 은혜로운 처사냐며 감지덕지하는 듯하다. 한 번 하고 끝날 열차 시험 운행 포장에 정신이 팔려 있다. 경의선 열차에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북한의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가 타고, 동해선 열차에는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과 북한의 김용삼 철도상이 탄다고 한다. 또 각 열차에 각계 인사 100명 정도도 초청할 것이라고 한다.

남북 철도를 잇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사업이다. 중요한 것은 ‘1회용 쇼’가 아니라 남북 간 열차 통행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느냐다. 북한의 군사적 보장이라는 억지를 걷어내지 못하면 남북 철도 시험 운행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장르 : 고정물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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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