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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1일 구속됐다.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여,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지 보름여 만이다. 그 보름 동안 시중의 화제는 온통 이 사건뿐이었다. 김 회장이 구속됐다지만 이 사건의 뒷이야기는 앞으로도 상당 세월 세상을 떠돌아다닐 듯하다. 그만큼 이번 사건이 할퀴고 간 흔적은 깊고 넓은 것이다.

김 회장은 33개 계열사, 2만5000여 직원을 거느리고 작년 매출 20조5530억원을 올린 재계 9위 대기업그룹의 總帥총수다. 영향력으로 치면 대한민국에서 100명 안쪽에 드는 특별한 사람이다. 그 재벌 회장이 불법 정치자금 제공도 탈세도 아닌 폭력 혐의로 수감된 것이다. 그것도 한밤에 20여명의 準준무장 집단을 거느리고 보복폭행 사건을 주도한 혐의다.

돈과 권력과 지위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의 源泉원천이다. 그러나 돈과 권력과 지위가 힘으로 바꿔지려면 법의 기준에선 ‘適法적법하고’ 상식의 기준에선 ‘適正적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돈이 많을수록, 권력이 클수록, 지위가 높을수록 ‘적법’보다는 ‘적정’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이번 김 회장의 행동은 법적으로 不法불법일 뿐 아니라 상식적으론 상상 밖이었다.

김 회장처럼 자신의 돈과 권력과 지위를 그대로 직접 힘으로 행사하게 되면 법과 도덕과 상식으로 세워진 사회라는 건물을 무너뜨리고 만다. 돈과 권력과 지위를 境界경계로 해서 ‘있는 집단’과 ‘없는 집단’ 편을 짓게 돼 사회의 건강을 결정적으로 해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본인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가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이번 일로 해서 우리 사회 전체와 김 회장이 소속된 財界재계, 그가 이끌던 기업 모두가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쉽게 아물지 않는’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런 의미에서 김 회장의 법적, 도덕적, 사회적 책임은 크고 무겁다.

김 회장은 이날 법원 영장 실질심사를 마친 뒤 “일시적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별것 아닌 일을 크게 벌였다. 不德부덕한 저 때문에 나라 경제에 힘쓰는 다른 경제인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 회장의 이번 일이 우리 사회에 ‘특별한 사람’은 超法的초법적 권력을 누리는 사람이 아니라 보통사람보다 몇 배 무거운 법적, 도덕적,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건강한 뿌리를 내리는 계기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장르 : 고정물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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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