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서울 마포구에서 동사무소를 폐지하고 보다 넓은 구역을 설정하여 주민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즉 마포구의 20개 동(洞)을 4개 권역으로 나눠 ‘타운’이라 하고 이곳에 ‘현장행정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도 25개 구와 함께 내년까지 서울시내 518개 동사무소 중 인구가 적은 100여 개를 폐지하는 동사무소 통폐합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조치는 동사무소 운영비 및 새로운 공공시설 설치비를 절감하고 잉여인력을 발생시켜 늘어나는 신규 복지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또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행정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고, 동시에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규모를 가져야 하다는 적정규모론에 근거한 조치로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의를 요하는 사안들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첫째, 동사무소 폐지와 동 폐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알고 접근해야 한다. 동사무소 폐지는 동에서 수행하는 행정 기능을 없애고 지방공무원을 배치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고 동시에 호적, 주소, 등기 등에 활용되는 동 명칭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동 폐지는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하는 ‘특별시(광역시) - 자치구 - 동’이라는 행정체제에서 동을 없앤다는 의미로 법률적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결국 동사무소 폐지는 주소 등에 활용되는 동의 명칭은 그대로 남아 있고 주민등록 발급 등 민원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가 동에서 권역별 타운으로 변경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는 주민의 거리비용을 발생시키고 행정체감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해야 한다.

둘째, 동사무소의 폐지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동 행정기능 강화라는 시책과 연계되어야 한다. 최근 정부는 8대(복지, 보건, 고용, 주거, 교육, 체육, 문화, 관광) 주민생활 서비스 기능을 동에 부여하여 현장에서 서비스가 직접 주민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행정체제를 구축하려고 한다.

따라서 권역별 타운의 지원센터에서는 반드시 현재의 동에서 수행하는 주민등록 발급 등 민원업무와 구청에서 수행하는 현장성이 강한 민원업무들을 이관받아 처리해야 함은 물론 8대 주민생활 지원서비스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동에서 주민등록을 발급받은 민원인이 불편하지 않도록 무인 민원발급기의 설치를 강화하고 그 내용적 범위를 확대하여 주민 불편을 덜어주어야 한다.

셋째, 향후 폐지되는 동사무소의 운영에 대한 세밀한 대책이 요구된다. 동사무소에 행정기능과 공무원을 배치하지 않고 동사무소가 문화센터, 어린이도서실, 컴퓨터교실, 치매선터 등으로 이용되기 위해서는 이를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확보되어야 한다. 외국에서 볼 수 있는 주민자치조직인 ‘타운미팅’(town meeting) 혹은 현재 동 단위에 설치된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실질적인 관리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병국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자치정책연구실장 기고자 : 김병국
장르 : 칼럼
본문자수 : 162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