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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KBS1 밤 12시50분

할리우드산(産) 서부극의 ‘품격’을 조롱하며 서부를 탐욕, 음모, 배신이 횡행하는 지옥으로 그려낸 1960년대 이탈리아산 서부극들은 흔히 (경멸적인 의미에서) ‘마카로니 웨스턴’ 혹은 ‘스파게티 웨스턴’이라 불린다. 간혹 이 변종 장르는 할리우드 고전 서부극의 이상주의를 비판하고 서부라는 공간을 낭만적 공간이 아닌 현실적 공간으로 다시 정의하려 시도한 ‘수정주의 웨스턴’과 혼동되지만, 그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개의 이탈리아산 서부극은 철저하게 상업적 잇속에 따라 만들어진 조악한 싸구려 영화들이었고 도착적 쾌감을 자극하는 얄팍한 비주얼에 기대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아마도 이 장르에서 의미심장한 미학적 성취를 거둔 유일한 거장은 ‘황야의 무법자’와 ‘석양의 무법자’로 잘 알려진 세르지오 레오네뿐일 것이다.

1966년 발표된 세르지오 코르부치의 ‘장고’는 당대 이탈리아산 웨스턴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자 이 장르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다. 말을 타고 황야를 누비는 대신 관을 끌고 다니는 지저분한 반(反)영웅 장고(프랑코 네로)가 결투의 매너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예 기관총을 휘둘러대며 대량살육을 벌이는 장면에 당대의 젊은 관객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이 영화에 매혹된 이들 가운데는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도 속해 있었는데, 그는 훗날 자신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에 ‘장고’의 가장 악명 높은 장면 - 멕시코계 악당이 포로의 귀를 칼로 자르는 부분 - 을 모방한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B급 영화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과시한 바 있다. 원제 : ‘Django’ 1966년 91분 ★★ (5개 만점)

(유운성·영화평론가)

기고자 : 유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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