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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탕 KBS2 밤 12시25분

제주도 목장 주인의 딸 시은은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후 엄마가 가장 아끼던 말 장군에게 애정을 쏟는다. 그러던 어느 날 새끼를 낳던 장군이 노산(老産)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죽고 만다. 천둥이 치던 날 밤 태어났다는 뜻에서 망아지에게 천둥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애지중지 돌보던 시은, 우연히 경주마를 타고 달리는 기수들의 멋진 모습을 본 뒤로 기수에의 꿈을 키워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딸이 말 타는 것을 탐탁잖게 생각하는 아버지 몰래 기수시험을 준비한다. 하지만 시은의 아버지는 딸의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천둥을 팔아버리고 이에 분노한 시은은 고향을 떠나 상경, 고된 훈련생 생활을 시작한다. 과연 시은은 기수의 꿈을 이루고 천둥과도 재회할 수 있을까?

한국영화에서 처음 시도된 경마영화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각설탕’은 사실 주인공 시은(임수정)의 주변 인물 및 동물과 맺는 관계에 주목하면 일종의 가족영화에 가깝다. 홀아버지 밑에서 자란 소녀 시은에게 천둥은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존재이며 그녀와 천둥의 자질을 알아보고 돌봐주는 윤 조교는 오빠나 다름없다. 한국영화에서 제법 인기 있는 장르인 시한부 인생을 다룬 멜로드라마가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까지 확장된 사례라는 점은 흥미롭다. 프로 기수와 마필 관리사를 촬영 과정에 참여시키고 특수촬영 장비들을 솜씨 좋게 활용함으로써 뽑아낸 레이싱 장면들은 훌륭하지만 전체적인 드라마 구조와 캐릭터는 성긴 편이다. 특히 시은과 윤 조교가 죽어가는 천둥을 기어이 레이스에 출전시키기로 결심하게 되는 동기(“달리는 게 운명이라면 달리다 죽는 것도 행복”)는 보는 이를 설득하기엔 좀 무리이지 않나 싶다. 2006년 124분 ★★☆ (5개 만점)

(유운성·영화평론가)

기고자 : 유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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