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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 파운드(약 550억원)가 카를로스 테베즈(23·Tevez·사진)의 발에 달렸다. 다음 시즌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각 팀은 중계권료 인상과 함께 최소한 3000만 파운드를 챙길 수 있게 됐다. 더 달콤해진 열매를 두고 잔류와 강등의 갈림길에 선 웨스트햄(West Ham)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공격수 테베즈의 발 끝에 희망을 건다.

웨스트햄은 현재 리그 17위(11승5무21패·승점38)를 달리고 있다. 20개 팀 중 하위 세 팀이 2부 리그로 내려가는 시스템에서 16위 셰필드 유나이티드(승점 38), 18위 위건 애슬레틱(승점 35)과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한다.

웨스트햄은 13일 오후 11시(한국시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맞붙고, 셰필드와 위건은 같은 시각 맞대결한다. 웨스트햄은 비기기만 해도 강등을 비켜갈 수 있지만 상대는 올 시즌 챔피언이다.

테베즈가 해내야 한다. 웨스트햄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대표로 맹활약한 테베즈를 올 시즌 합류시키며 장밋빛 환상을 품었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테베즈는 적응이 힘들었고, 웨스트햄은 승리가 힘들었다. 테베즈가 개막 이후 19경기 연속 무득점을 기록하는 사이, 팀도 끝없이 추락했다.

웨스트햄은 2월까지 5승을 거두는 동안 17패를 당했다. 그동안 테베즈는 ‘악동’ 근성도 드러냈다. 11월 셰필드와의 경기 도중 교체에 불만을 품고 경기장을 이탈했고, 구단은 테베즈에게 브라질 유니폼을 입고 훈련하라는 굴욕적인 벌칙까지 내렸다.

모든 것이 엉망이었지만, 3월이 되자 빛이 조금씩 보였다. 3월 4일 테베즈는 절묘한 프리킥으로 데뷔 골을 터뜨렸다. 공이 골 네트를 가르는 순간, 그는 기다렸다는 듯 유니폼 상의를 벗어 젖히고 관중들의 품 안으로 뛰어 들었다. 테베즈는 9경기에서 6골을 몰아치며 팀 분위기를 이끌었다. 웨스트햄은 3월 이후 6승 3패(최근 3연승)를 거두며 시즌 내내 짓눌렀던 강등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았다. 이제 남은 건 한 경기. 테베즈는 “리그 잔류가 결정되는 경기에서 뛰어보기는 처음”이라며 “특별한 도전이 될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민석 기자 jordantic@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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