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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조선업계가 조선업 신규 투자를 중단한 지 30여 년 만에 설비 재투자에 나섰다.

해외 선박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다,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일본 엔화 약세 등의 분위기에 힘입어 향상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국 따라잡기’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11일 “미쓰비시(三菱)와 이시카와지마하리마(石川島播磨) 중공업 등 일본 주요 조선소들이 생산량 증강을 위한 대형 설비 투자를 예정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최대 조선업체인 미쓰비시 중공업은 누적된 선박 수주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2010년까지 일본 조선 시설에 400억엔(3200억원)의 투자에 나서 현재 연간 156만? 수준인 선박 생산량을 10%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일본 3~4위권 조선업체인 이시카와지마하리마중공업(IHI) 역시 아이치(愛知)현 조선소의 조업을 연내에 재개해 일본 내에서만 총 3개의 조선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IHI는 한동안 생산을 중단했던 벌크선(비포장화물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 벌크선 시장은 중국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이미 시장을 장악한 분야. 또 LNG 운반선은 현대·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소들의 장기다.

기술에서는 한국에 뒤지고, 원가 경쟁력 면에서는 중국에 추월당한 일본이 새롭게 선박 생산력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은 최근 일본 조선산업이 급속히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산 선박과 가격 경쟁력이 비등해지면서 자신감을 찾았다고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신문은 “과거 일본의 선박 제조비는 한국보다 30% 이상 비쌌지만, 한국의 임금 상승과 원화 절상이 이어지고 있고, 30여 년간 계속된 일본 조선업 구조조정 효과에, 엔화 약세까지 거들면서 양국간의 코스트 차이는 거의 사라졌다”고 전했다.

일본 조선업체들은 1970년대 말부터 두 차례에 걸쳐 생산 설비를 줄이는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조선업체들은 생산설비 규모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생산 효율성을 개선시키는 노력을 하여 생산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지난해 일본 조선업계는 향후 3~4년간의 물량을 확보하면서, 최대 생산량 기록도 31년 만에 경신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일본 조선업이 살아나면서 한국 추격에 나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가 다양한 주문형 선박 기술을 확보한 반면, 일본은 표준형 선박에만 주력해 왔기 때문에 일본 조선업이 단기간에 한국을 쫓아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철환 기자 plomat@chosun.com)

<그래픽> 한·중·일 선박 수주량 추이 기고자 : 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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