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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브라운(Brown) 영국 재무장관은 토니 블레어(Blair)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다음날인 11일 노동당의 당수 선출 특별전당대회(6월 24일 예정)를 준비하는 선거 캠프를 발족했다. 브라운은 이날 1997년 총선에서 노동당이 무너뜨렸던 보수당 아성(牙城)인 엔필드에서 선거전을 시작했다. 이후 보수당에 다시 빼앗겼던 이곳에서 새출발을 다짐함으로써, 영국 중산층을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

◆최악의 정치적 입지=브라운 장관은 10년 전 ‘노동당 압승’ 속에 등극한 블레어와는 처지가 180도 다르다. 정치자금 스캔들과 친미(親美) 일변도 이라크 전쟁 수행 등으로 땅에 떨어진 노동당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브라운의 인기도 뚝 떨어져, 최근 선데이 타임스 여론조사에선 차기 총리 ‘부적합’ 응답이 57%였다. 지난 3일 지방선거에선 자기 고향인 스코틀랜드에서조차 노동당은 ‘독립’을 공약으로 내건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에 제1당 자리를 내줬다.

브라운 장관의 이미지 전환도 급선무다. 숫자 인용하기를 좋아하고 스타일이 딱딱해 대중 친화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래서 작년 7월에 둘째 아들을 얻은 뒤 ‘단란한’ 가족 사진을 지지자들에게 돌리는 등 이미지 쇄신에 노력했지만, 야당에선 “그의 연설은 수치를 알려주는 체중계의 기계음 같다”고 비꼰다.

자칫하면,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Thatcher) 총리의 뒤를 이은 존 메이저(Major)의 ‘노동당 판(版)’이 될 수 있다. 전(前)총리에 가려 보이지 않는 총리로 전락했다가 1960년대 이후 최단명(最短命) 총리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보다 낫고 공정한 사회’ 슬로건=브라운의 정책기조는 블레어 총리와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공공정책이 강화될 전망이다. 두 사람은 10년간 국정을 함께 운영했지만 브라운 장관은 공정성(fairness), 블레어 총리는 효율성(efficiency)을 강조해 왔다. 브라운은 공평한 교육기회 제공이란 면에서, 교육투자를 대폭 확대할 전망이다.

대미정책과 관련해 그는 10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양국 관계는 향후에도 매우 강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는 “정책결정에는 나 역시 책임이 있고 그 결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이라크전쟁 관련 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내비쳤다.

◆“영국이 직면한 현실 솔직히 인정해야”=브라운 측 사람들은 차기 내각의 성격에 대해 “영국이 직면한 도전과 딜레마를 솔직히 고백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각의 2인자인 재무장관에는 에드 볼스(Balls) 재무차관, 알레스테어 달링(Darling) 통상산업장관, 잭 스트로(Straw) 하원지도자 등이 거론된다. 이 중 스트로는 브라운이 정치 초년 시절 만난 중견정치인으로 현재 브라운 선거캠프를 이끌고 있다. 런던=김영진 특파원 hellojin@chosun.com

기고자 :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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