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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사는 한국계 안젤라 김(Kim·57)씨는 매주 화요일 오전 4시45분쯤 일어난다. 그리고 오전 6시30분까지 휴스턴 공항에 나가 비행기를 타고 400㎞ 떨어진 댈러스로 간다. 공항에는 의사인 딸이 두 살 된 손자를 데리고 마중 나와 있다. 김씨를 태운 차는 곧장 병원으로 향하고, 딸이 병원에서 내리면 김씨가 운전대를 넘겨받아 딸 집으로 간다. 그리고 수요일 저녁까지 이틀 동안 한국어·영어를 섞어가며 손자를 돌본다. 주중 나머지 사흘 동안은 댈러스에 사는 딸의 시부모가 손자를 돌본다.

일리노이주 배링턴에 사는 테리 테퍼(Tepper·64)씨는 2001년부터 지금까지 뉴욕에 있는 손녀를 돌보기 위해 매주 일요일 뉴욕에 갔다가 목요일에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하고 있다. 어머니의 희생 덕에 딸은 컨설팅 회사의 파트너로 승진했다.

딸들의 성공을 위해 비행기를 타가며 손자를 돌보는 억척 미국 할머니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부모들은 딸을 돕기 위해 휴가를 내거나 조기퇴직하는 경우도 있다. 또 이민자의 경우 해외에서 아예 미국으로 이사를 오거나, 집을 팔고 딸 집 근처로 이사를 가는 사례도 있다.

시애틀에 사는 주디 천(Chen)씨는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변호사 딸을 돕기 위해 1년간 병원 연구직을 휴직하고 손자를 돌봐주고 있다. 그 바람에 천씨의 남편은 혼자서 ‘기러기’ 생활을 하고 있다. 은퇴자인 메인주의 테드 커티스(62)씨는 손녀가 유아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아예 집을 팔고 볼티모어의 딸 집으로 들어갔다.

2002년 미국 인구조사에 따르면 직업을 가진 엄마의 유아원생 자녀 가운데 조부모가 돌보는 경우는 19.4%를 기록, 1995년의 15.9%보다 크게 늘어났다. 이 비율은 아버지(18.2%), 탁아소(19%), 유모(9%)보다 더 높다.

(뉴욕=김기훈 특파원 kh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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