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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의장과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지난 2003년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분당(分黨)으로 갈라선 지 3년6개월여 만에 다시 합치기 위해 만난 것이다.

정 의장은 “대선 승리와 시대정신의 구현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 했고, 박 대표는 “한나라당을 이기기 위해서는 중도세력이 합쳐야 한다”고 했다.

열린우리당 탈당파인 김한길 중도개혁통합신당 대표도 이날 “(민주당과) 신설 합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절차도 간단하다고 했다. 두 당이 마치 민주당에 구애(求愛) 경쟁을 벌이는 듯한 양상이다. 또 이날 2002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했던 이인제 의원이 5년 만에 민주당에 복당(復黨)했다.

그만큼 민주당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범여권 통합 논의가 민주당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은, 지난 2년여의 선거에서 민주당이 호남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재부상했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양상으로 범여권 통합이 진행될 경우, 궁극적으로 탄생할 정당은 2003년 분당(分黨) 이전의 민주당으로 복원될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 세력은 이를 ‘도로 민주당’이라고 비판해 왔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탈당파인 한 의원은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다”고 했다. 열린우리당에서도 일단 민주당과 합친 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시민단체 등 바깥 세력으로 외연(外延)을 확대해가자는 ‘순차 통합론’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민주당이 친노(親盧) 세력 등을 배제 대상으로 꼽고 있는 점이다. 이날 정세균·박상천 회동에서도, 정 의장은 ‘모든 세력의 통합’을 얘기한 반면, 박 대표는 “두 당이 통째로 합칠 경우 이질적인 사람들이 섞인 잡탕 정당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국정 실패 책임으로 심판받아야 할 사람들이 정당의 일원이 되면 한나라당만 좋은 일 시킨다”고 했다.

박 대표는 그 동안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 등에서 함께 갈 수 없는 부류를 세 가지로 얘기했었다. 첫 번째는 ‘중도 이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박 대표측은 “김근태·천정배 의원 등 좌파 진영을 말한다”고 했다.

두 번째는 ‘국정 실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다. 정동영·김근태·이해찬·한명숙·유시민 등 현 정부에서 총리나 장관을 지낸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마지막이 ‘친노 세력’이다. 유시민 장관을 비롯한 참정연 세력과 김혁규·이광재·이화영 의원 등이 대상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최근 박 대표를 만났는데, 결론이 김근태·정동영·천정배·유시민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노무현 당선자 시절인 2003년 1월 노 당선자의 홈페이지엔 민주당 의원들을 특1등, 1등, 2등, 3등, 역적, 역적 중의 역적 등 6등급으로 구분한 살생부(殺生簿)가 돌아 다녔었다.

박상천 대표는 당시 ‘역적 중의 역적’ 중에 꼽힌 3명 중 1명이었다. 박 대표가 함께 할 수 없다고 꼽은 상당수 의원은 당시 특1등, 1등 공신들이다.

(황대진 기자 djhwang@chosun.com)

<그래픽>민주 박상천 대표측이 꼽아온 통합불가 대표인물들 기고자 : 황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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