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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대표는 11일 나경원 대변인을 통해 “(경선규칙 중재안 발의를 위한) 상임전국위원회가 예정된 15일까지 ▲중재안이 받아들여지거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간 합의점이 마련되지 않으면 대표직과 의원직에서 모두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날 밤 자택에서 기자들을 만나 자신의 심정을 밝혔다.

―대표직과 의원직을 다 걸 필요가 있었느냐.

“내가 당 대표를 맡은 건 국민들의 열망인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현재 두 대선주자들은 룰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너무 쫀쫀한 것 같다. 룰도 하나 못 만드는 사람들이 어떻게 정권을 잡겠느냐. 이런 상태면 정권 교체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서 어린이들이 룰을 정해도 이렇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이러면 안 된다. 난 조금이라도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 내가 희생돼도 좋다. 그냥 대표직만 물러난다면 무책임한 것이다. 그래서 의원직까지 걸었다. 선장뿐만 아니라 해양업 자체를 그만 두겠다는 것이다. 나는 그만두면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왜 직접 발표하지 않고 대변인을 통해 발표했나.

“거창하게 서서 한다고 영향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내용이 중요하다. 5선 의원이 다 던진다고 하는 데…. 사족을 달기 싫었다.”

―중재안 합의 안 되면 정말로 의원직을 던질 것인가.

“누구든지 대권주자든, 국회의원이든 자존심이 있는 것이다. 나도 내 자존심이 깨지는 순간까지 왔다. 내 인생관을 다 섞어서 돌파하겠다. 내가 옆집 똥개도 아니고 이리 끌리고 저리 끌리고 해서 되겠느냐.”

―대선주자 간 합의 시한을 다음주 상임전국위 개최 때로 정한 이유가 있다면.

“8월에 경선하려면 늦어도 이달 안에 룰이 다 결정돼야 한다. 선거인단을 구성하려고 해도 적어도 한 달 반이 걸린다. 순회 정책발표회도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 통과될 수 있도록 내 정치인생을 건 것이다. 만약 이번에 잘 되지 않으면 내가 정치해서 뭐하겠나.”

―강 대표의 중재안이 이명박 전 시장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래서 밀약설 얘기도 나오는데.

“너무 터무니가 없다. 난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 중재안을 발표하기 전에 이 전 시장측의 이재오 최고위원을 만났던 것은 맞다. 그러나 서로 잘해보자고 만난 것이다.”

―중재안 발표 후 당 안팎이 상당히 시끄러웠는데, 이런 반응을 예상했었나.

“각 캠프에서 말들을 너무 심하게 하는 것 같다. 너무나 자기네들 입장을 과대 포장한다. 한쪽은 ‘원칙’을 말하면서 자기네와 입장이 다르면 비원칙적이라고 비판한다. 또 다른 한쪽은 시대정신을 말하면서 자기네 편이 아니면 마치 시대정신이 없는 것처럼 말한다.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쫀쫀하게 룰 하나 합의 못해서 되겠느냐. 그럼 하나님이나 부처님을 불러오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이러는 것은 지나친 것이다.”

―대선주자 간 합의가 있을 때까지 칩거하는 것인가

“아니다. 월요일은 그대로 최고위원회의도 열고 정상적으로 활동할 것이다. 그런데 내일은 우리 집에 함이 들어온다. 나 정말 복잡하다. 딸 아이가 이번에 시집가는데, 함이 온다. 참으로 심정이, 마음이 착잡하다.”

강 대표는 인터뷰 내내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두 주자 간 합의가 안 되는 데 대한 답답함을 반복해서 밝혔다. 자신의 중재안이 통과됐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양 주자 간에 다른 합의라도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심정이 배어 나왔다.

(김봉기 기자 knight@chosun.com)

기고자 : 김봉기
본문자수 :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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