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한화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개입한 혐의로 경찰 수배를 받고 있는 폭력조직 범서방파 행동대장 출신 오모(54)씨가 한화건설의 공사현장 공무과장으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과장은 공사현장에선 소장 다음가는 2인자로 외주공사 관리, 협력업체 관리 등 공사 수행을 원활하게 지원하는 일을 담당한다. 이에 따라 오씨가 평소 한화와 긴밀한 관계였으며 김 회장측의 요청에 따라 보복폭행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그동안 한화측은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일이 없으며, 오씨를 모른다”고 주장해왔다.

본지가 11일 입수한 수사자료와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은 3월 8일 서울 북창동 S유흥주점 등 폭행현장에 있었던 한화 협력업체 D토건 김모(49) 사장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아산 테크노벨리 조성공사현장 공무과장’으로 표시된 오씨의 명함을 찾아냈다. 아산 테크노벨리는 한화그룹이 전체 사업비(400억)의 65%(260억)을 투자해 87만평 부지에 건설하는 첨단 산업단지로 작년 7월부터 한화건설이 공사를 맡고 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오씨는 사건 당일(지난 3월 8일) 서울 북창동 지역 유흥업소 업주모임인 ‘북창동 유흥협회’ 이모(56)씨에게 전화를 걸어 “저는 한화 직원인데, 회장 아들을 때린 북창동 술집 아이들을 훈계하고 보낼 테니 협조해 달라”는 내용의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27일 캐나다로 출국했다.

한편 지난 3월 8일 김 회장측에게 보복폭행을 당한 사람은 김 회장의 아들과 시비가 붙었던 S유흥주점 종업원 6명 외에 3명이 더 있었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는데, 이들은 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엉뚱한 사람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당일 김 회장측이 동원한 맘보파 두목 오씨 일행은 김 회장 아들(22)을 때린 S유흥주점 종업원을 혼내주기 위해 사건 현장인 서울 청담동 G가라오케에 들이닥쳤다. 당초 오씨는 김 회장측으로부터 “아들을 때린 사람 7~8명을 찾으라”는 지시를 받고 왔지만 현장에는 S유흥주점 종업원 4명만 있었다. 이에 오씨는 “나머지 일행은 어디 있느냐”며 부하들을 시켜 대역(代役)을 모으라고 지시했고, 부하들은 근처 술집에서 일하는 종업원 3명을 모아서 데려왔다. 이후 이들은 청계산 공사장으로 끌려가 김 회장 일행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박수찬 기자 soochan@chosun.com)

(김성모 기자 sungmo@chosun.com)

기고자 : 박수찬 김성모
본문자수 : 130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