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추가 또는 재협상 문제에 대해 정부는 ‘불가(不可)’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FTA 비준 동의 권한을 쥔 미 의회가 FTA 상대국에 대한 신(新)통상정책 적용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추가·재협상이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혜민 단장이 11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으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은 뒤에야 구체적인 입장을 정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되풀이한 것도 재협상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된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만약 추가·재협상에 들어갈 경우 ▲노동·환경 분야 분쟁해결 절차 ▲공무원·복수 노조 문제 등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분쟁해결이 최대 쟁점

이혜민 단장은 이날 회견에서 “노동과 환경에서의 분쟁해결 절차가 한·미 FTA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와 의회가 합의한 신통상정책은 ‘FTA상 노동·환경 의무를 위반했을 때 다른 분야와 동일한 분쟁해결 절차를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미 FTA에서 이미 합의한 내용은 노동·환경 분야에 ‘특별 분쟁해결’ 절차를 마련, 위반 사항이 있으면 벌금(최대 1500만달러)을 내고 이를 위반한 국가의 노동·환경 여건을 개선하는 데 쓰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신통상정책에 따라 ‘일반분쟁 해결’ 절차를 적용할 경우, 한 국가가 FTA상 노동·환경 의무를 위반하게 되면 상대국이 그 피해 규모만큼 다른 분야에서 관세 철폐 혜택 철회 등 무역 보복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신통상정책은 공무원노조의 단결권 및 단체 행동권(파업권) 허용과 복수노조 도입 등을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공무원 노조의 파업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복수노조 도입도 노·사·정(勞使政)이 2010년부터 도입키로 합의했기 때문에 조기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일부 주(州)에서만 공무원노조의 파업권을 허용하고 있으니 우리에게 강요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신통상정책이 가입을 주장하는 국제노동기구(ILO)의 5개 노동기준에 대해서도 정작 미국은 2개밖에 비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약품은 유리해질 수도

미국 신통상정책은 복제 의약품이 가급적 빨리 시장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의약품 자료 독점의 예외를 반영하고 특허권 침해 여부가 증명될 때까지 복제약의 시판허가를 보류하는 요건을 철폐하도록 했다. 특허 및 규제승인 절차 지연에 따른 의약품의 특허기간 연장 요건도 없애도록 했다.

이는 한·미 FTA 협상에서 우리가 경쟁력이 약한 국내 제약업체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주장했던 사항이다. 만약 이렇게 FTA 합의가 수정될 될 경우 국민들에게는 의약품을 보다 싸게 구입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말했다.

(홍원상 기자 wshong@chosun.com)

<표>미국의 통상정책 VS 한ㆍ미 FTA 합의 기고자 : 홍원상
본문자수 : 1571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