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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지오 아르마니, 베르사체, 에르메스, 샤넬…. 옷을 만들어온 ‘패션’ 업체들이다. 그러나 이제 이 이름은 가장 인기있는 ‘장소’를 부르는 말이 됐다. 호주의 ‘베르사체 호텔’, 발리의 ‘불가리 리조트’, 일본의 ‘샤넬 베이지 레스토랑’까지…. 패션 기업들이 이제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인테리어 회사, 나아가 건축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패션의 제왕 아르마니, 호텔 건설

이탈리아의 패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이제 무엇을 걸치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살고, 어떤 레스토랑에서 무엇을 먹고, 어느 호텔에서 묵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생활 전체를 아우르는 제품을 생산하는 게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두바이의 부동산 재벌 모하메드 알리 알라바르(Alabbar)와 합작해 두바이에 세계 최고층 호텔 겸 아파트를 지어 오는 2008년 완공 예정이다. 그외에도 밀라노, 런던, 뉴욕 등 7년 내로 10개가 넘는 아르마니 호텔을 건설할 계획이다. 올해 말엔 일본 긴자에 12층짜리 아르마니 빌딩을 열어 의류, 인테리어 용품뿐만 아니라 ‘아르마니 헬스 스파’까지 선보인다. 그의 ‘사업 다각화’는 ‘돈’을 벌어다줬다. 지난해 신규 매장 오픈 등으로 1억300만 유로(약 1266억 원)를 투자, 세전 이익 2억4600만 유로(약 3025억 원)를 벌어들이며 전년대비 19%나 이익이 증가했다. JP모건의 새그라 마세이라 애널리스트는 “패션 사업만으로는 수익 창출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To BE or not to BE(브랜드 확장이냐 아니냐)

‘BE’는 ‘brand expansion’의 줄임말로, ‘브랜드 확장’이 업계의 화두라는 뜻이다. ‘전통 가죽 전문 브랜드’로 남겠다던 페라가모 역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15년 전까지만 해도 구찌보다 훨씬 크고, 불가리의 2배 이상 매출을 올렸던 페라가모가 현재 불가리의 절반, 구찌엔 4분의 1밖에 안 되는 매출에 충격을 받고 사업 확장을 고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죽 전문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 역시 최근 동물 문양의 가구 브랜드를 내놨고, 최고급 캐시미어 회사인 로로 피아나는 얼마 전 캐시미어 벽지, 캐시미어 소파 등을 출시했다. 서울대 의류학과 이은영 교수는 “유명 컬렉션 제품도 1주일이면 카피돼 길거리에서 팔리는 마당에 한 가지만 고집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부엌에 옷을 입혀라”

패션업체들의 ‘건축업’이나 ‘생활브랜드’로서의 진출과 성공은 라이프 스타일 전체를 ‘명품 코드’에 맞추고 싶은 소비자 심리를 정확히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트렌드 전문업체인 인터패션플래닝의 김해련 대표는 “소비를 강화하는 패턴이 ‘의(衣)’에서 ‘식(食)’, ‘주(住)’로 확장되고 있다”면서 “주거 공간에도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가 우선시되는 감성 트렌드가 지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보윤 기자 spic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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