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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안기부 직원들의 흑색선전물 배포사건과 관련,사건발생 9일만인 30일 이들을 붙잡은 민주당 관계자들을 소환조사 했으나 정황조사 수준에 머물러 안기부의 조직적인 개입여부를 가릴 수 있는 수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지검 공안1부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을지구당 당원들인 김만성씨(29)와 손호익씨(30) 등 2명을 붙러 안기부 직원들을 붙잡을 당시 상황에 대해 조사했다.

검찰은 김씨 등을 상대로 안기부 직원들을 발견하게 된 경위서부터 지구당 사무실로 데려가 자술서를 받게 되기까지의 과정,특히 당시 자술서에서 안기부 직원 한기용씨가 안기부 모 직원으로부터 유인물을 전달받았다 고 쓰게된 경위와 당시의 분위기 등을 조사했다.

그러나 한씨 등이 "친구의 부탁을 받고 했으며 자술서에 대해서도 당원들의 위협적인 분위기 때문에 허위로 그렇게 섰다"고 주장해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법조계 주변에서는 한씨 등의 주장은 여러가지 대목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은데도 검찰이 이들을 다그쳐 추궁하지 않고 주변 정황수사를 해온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우선 한씨가 안기부 직원 신분증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씨 등은 당원들에게 붙잡혀 지구당 사무실로 연행돼 갔을때 처음에는 신분을 묻는 당원들의 질문에 일절 함구하다가 연행 1시간쯤 지나서 일행중 한명인 박재규씨로부터 고위저명인사 신상기록 메모가 발견된뒤,당원들의 몸수색에 의해 한씨로부터 신분증이 발견돼 신원이 판명됐었다.

정보기관원이 이같은 일을 저지르면서 신분증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뭔가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낳고 있다.

한씨 등은 붙잡히는 과정에서도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고 당원들은 말했다. 당원들에 따르면 한씨 등은 유인물을 뿌리던중 당원들이 발견,신분을 묻자 크게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없이 오히려 "너희들 몇살이냐"는 등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한씨가 처음 붙잡혔을때 자술서에서 "안기부 모 직원으로부터 유인물 봉투를 받았다"고 썼다가 검찰에서 "친구의 부탁으로 범행했다"고 번복한 부분도 석연찮은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진술을 번복한 시점쯤에 안기부는 "우리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해 분명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다.

이밖에 한씨의 검찰에서의 진술도 일관성이 없어 뭔가 숨기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한씨는 당초 편지지 3장의 유인물 외에 별도의 유인물 1장을 인쇄소에서 인쇄했다 고 했다가 "편지지 3장으로 된 유인물과 함께 모두 친구가 원본을 만들어 넘겨줬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