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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대 총선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은 호남은 물론이지만,수도권에서 훌륭한 득표성적을 올렸다. 이것은 정치의 중심추가 거대 여당으로 집중되는 것을 원치 않은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우리는 평가한다. 이것을 계기로 우리는 한국의 반대당이 앞으로 어떤 태세를 갖춰야만 건실하고도 믿음직한 대안세력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치사의 최대의 비극이자 한은 명실상부한 정권교체가 제2공화국 8개월을 빼고는 단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 기나긴 동일세력의 장기집권 으로 인해 우리의 정-관-재계 등의 해묵은 기득권 구조는 굳을대로 굳고 다져질대로 다져저서 그것은 부패와 전횡과 독점-독주의 오만으로 표출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역대 야당은 번번이 정권을 교체하는데 실패했다. 그 최대의 원인은 두말할 필요없이 집권세력의 쿠데타,탄압,부정선거,금권매수,공작정치,자원독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대통령 선거때의 양김 분열과 6공이후를 두고 볼때는,야권의 실세는 오로지 여당의 그런 나쁜 수법때문만은 아니고 야권자체의 결함도 또 하나의 간과못할 패인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tk패권주의에 대한 자구적 지역 단결력의 강한 표출이 역으로 반 평민당 또는 반 민주당 성향을 비호남 지역에 은연중 파급시킨 점-그리고 그것을 집권 여당이 의도적으로 부추긴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또 김대중대표의 장점이나 강점이 역으로 그의 단점이자 강점으로 작용하여 그것이 비호남 지역의 중산층,중간층,기업가,고급 전문직 종사자 들의 반 김대중-반 평민당 심리로 표출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끝으로 지적돼야할 것은 야당이 통치대안 세력으로서의 자질과 신뢰감과 능력,그리고 안도감을 주는데 아직 미흡하다는 점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중부권 유권자들은 다수의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주었는데,그 참뜻을 민주당은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그것은 그 후보들이 김대중대표나 이기택대표의 계파이기 때문도 아니요 반드시 민주당원이기 때문도 아니다. 유권자들이 민주당 간판의 다수 젊은 신인들-특히 개혁적 신진들에게 표를 준것은 그들이 기성정객의 때묻은 냄새를 풍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도권 유권자들은 그들의 참신한 물갈이성 잠재력을 높이 사고싶었던 것이며,그러한 새 잠재력이 야당의 체질개혁과 정책능력 강화를 통해 기존의 인물중심 붕당성을 극복하기 바란 것이다. 민주당은 이점을 정시하여 시급히 당풍을 쇄신해서 수권대체 정당으로서의 자질과 능력과 신뢰감을 입증해 보여야 한다. 신진 당선자들의 신중하나 용기있는 분발을 촉구하면서,민주당이 하루빨리 당내 민주주의와 자연스러운 물갈이로 새로이 태어나서 국민의 정권교체 여망이 다시한번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