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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2015년 칼스버그(Carlsberg) 맥주 광고는 탈의실 공간과 그 안의 짧은 시간을 콘셉트로 제작되었다. 탈의실 디자인은 불과 몇 분 되지 않는, 옷을 갈아입는 시간 동안의 쾌적함을 위한 배려다. 이전에도 예쁜 의자, 예쁜 거울, 밝은 조명과 색채로 장식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요즈음 들어서 많은 브랜드들은 매장의 탈의실을 더욱 특이하고 재미있게 꾸미기 위해서 신경을 쓰는 추세다.

뉴욕 소호의 프라다 매장은 2001년 문을 열자마자 렘 쿨하스(Rem Koolhaas)의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하층의 탈의실에는 평범한 거울 대신 디지털 카메라와 프로젝터를 설치, 옷을 입은 본인의 모습을 영상으로 투영해 보고, 그 자리에서 연인이나 친구에게 전송하며 의견을 물어볼 수 있었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기술이지만 당시로는 첨단의 시도였다. 몇 해 전 문을 연 뉴욕 '리포메이션(Reformation)'의 탈의실은 마치 집에서 옷장 문을 열고 외출용 의상을 고르는 느낌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매장에서 고른 옷들은 옷장의 뒤편에서 직원이 걸어준다. 탈의실 안에는 조명과 음악을 바꾸는 장치가 세팅되어 있다. 오피스, 저녁 모임, 길거리 등 옷을 착용할 환경의 상황을 설정해 다른 공간의 무드에 따라 차림새를 관찰할 수 있다. 근래 생산된 '스마트 미러(smart mirror)' 역시 적극 도입되고 있다. 이미지와 더불어 각종 정보를 함께 얻을 수 있는 장치다. 실제 크기의 배경 화면이 다양한 공간으로 변신 가능하여 그 속에 위치한 자신의 모습을 시뮬레이션해 보는 것이다.

1980년대 파리나 뉴욕의 고급 부티크에서 옷을 선택하면 모델들이 대신 입어주던 서비스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옷의 구매 결정의 60%가 탈의실에서 이루어진다는 통계를 생각해 보면 이 공간에 정성을 쏟는 이유가 납득이 간다. 디자인의 영역은 삼차원의 경계를 넘어 이미 사차원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 기고자 :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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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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