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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빌라 2개동서 '메종투메종'展
양태오·임태희 등 스타 디자이너
32개 원룸 하나씩 맡아 공간 연출
계량기·화장실 등 흔적 살리기도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뒷골목. '신사하우스'라는 문패를 단 3층짜리 빌라 두 동으로 한껏 멋 낸 젊은이들이 빨려 들어갔다. 건물에 딸린 차고는 매표소, 공동 출입구는 반전의 블랙홀로 들어서는 문이다. 반지하부터 3층까지 긴 복도를 따라 나란히 놓인 원룸 총 32개가 무지갯빛 전시장으로 바뀌었다. 인테리어 고수 30여 명이 15㎡(4.5평) 원룸을 하나씩 맡아 자신만의 세계를 연출했다. 다음 달 21일까지 열리는 라이프스타일 전시 '메종 투 메종'.

무대는 1996년 지어져 곧 헐릴 예정인 빌라. 신축 건물이 들어서기 전, '예술'이라는 이름의 임시 세입자가 들어왔다. 빌라 주인은 이곳을 거쳐 간 삶을 추억할 특별한 이벤트를 생각하다가 인테리어 전문가들에게 한 달간 공간을 내주기로 했다. 망원동, 성수동 등 강북에선 낡은 공간을 전시장으로 바꾼 사례가 종종 있지만, 강남 한복판 금싸라기 땅에선 보기 드문 시도다. 잡지사 '메종'을 주축으로 국내외 인테리어 고수들이 의기투합했다.

호수가 선명하게 적힌 계량기, 방에 딸린 손바닥만 한 화장실 흔적…. 관람객은 옛 모습을 상상하며 예술로 소생(蘇生)한 공간을 탐험한다. 영국 출판사 파이돈 선정 '세계 100대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는 '무기교의 기교'를 테마로 한 자연 소재 가구로 공간을 꾸몄다. 고창 상하농원 카페 등을 디자인한 임태희는 버려진 초등학교 책걸상을 모아 한국형 빈티지 가구를 보여준다.

곰팡이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반지하 방은 프랑스 작가 나탈리 레테의 꽃무늬 벽지를 입고 소녀 감성으로 재탄생했다. 영화 '기생충'의 반지하 방과 비슷한 눈높이에 있는 창으로 바깥 풍경이 펼쳐진다. 박여숙 화랑의 팝업 갤러리에선 최정화 등 유명 예술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일러스트 작가 '사보'의 빈티지 공간, 챕터원·덴스크 등 라이프 브랜드에서 꾸민 미니 쇼룸도 개성 있다.

세입자들이 이사 나간 뒤 전시장 얼개를 만든 주인공은 1세대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신경옥과 디자이너 박재우. 거친 느낌은 그대로 둔 채 최소한의 페인트칠만 해 도화지 같은 공간을 만들었다. 신경옥은 가로수길의 산증인. 2000년대 초반 이 지역의 상업 공간 인테리어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낙서, 벽지같이 방 주인들이 남긴 흔적을 보니 각양각색 삶이 보였다"며 "누군가에겐 보금자리, 누군가에겐 작업실이었을 과거를 상상하면서 새롭게 탄생한 공간을 즐겼으면 한다"고 했다. 문의 (02)3458-7341. 기고자 : 김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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