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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연합" 카자흐와 우크라이나 등 중앙아시아의 독립국가연합(cis) 공화국들이 잇따라 유럽공동체(ec) 가입을 희망,이를 계기로 유럽의 영역이 어디까지인가하는 새삼스런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중앙아시아의 4개 공화국을 순방한 프란스 안드리에센 ec대외 담당위원은 이들 국가로부터 한결같이 ec가입 희망의사를 전달받았다.

핀란드도 가입 표명

카자흐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안드리에센위원과의 회담에서 ec정식회원이 되고 싶다는 의사를 강력히 표명했으며 이에대해 안드리에센 위원은 ec창설조약에 명시된 회원국은 유럽국가에 한 한다 는 규정을 들어 난색을 표명했다.

"지도를 바꿀 수는 없지않느냐"며 회원가입보다는 ec와의 긴밀한 경제협력방안을 제시하는 안드리에센 위원에게 그러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우리는 아시아가 아니라 유라시아 국가이므로 지리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ec가 자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인접 아랍이나 아시아권과의 동맹체에 들어가겠다고 엄포 를 놓았다.

ec의 단일시장 출범이 코앞에 다가오고 우루과이협상(ur),구 소련 및 동구권문제 등이 주요 국제문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는 것은 물론,세계적인 블록화 경향이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현재 ec가입을 희망하는 나라는 한둘이 아니다.

내년의 유럽경제지역(eea) 창설을 앞두고 기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회원국중 스웨덴,오스트리아에 이어 며칠전 핀란드가 ec 가입희망을 공식표명했고 20여년 전부터 ec가입을 열망해온 터키를 비롯,지난주 총선에서 승리한 몰타 신정부와 키프로스도 ec가입을 제1의 국정목표로 공언하고 있을 정도이다.

ec와 제휴협정을 체결한 바 있는 폴란드,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 등 동구 3국과 지난해 여름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발트3국은 대략 10여년 내에 가입이 성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c의 구성과 관련,ec내에서도 우선 기존회원국간의 긴밀하고 역동적인 관계위에서 서서히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심화론 과 미국,일본 등 거대세력을 의식,영역확장이 우선돼야 한다는 확대론 간의 갈등이 만만치 않았으나 동구 및 발트3국,efta와의 관계에서 보듯이 현재로서는 확대론이 득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지리,인종,역사,문화,관습이 전적으로 다른 나라들의 가입은 물론 생각하기 어렵다.

현재의 12개 회원국도 같은 유럽국이라고는 해도 정치,경제의 수준이 다르고 문화와 관습의 차이가 크다. 언어만해도 9개나 돼 ec 직원의 30% 이상이 통역,번역에 종사하는 등 이미 미니유엔 의 양상을 띠고 있다.

영역확장 우선론 득세

한 ec관리는 신규회원국 가입문제에 대해 드골 대통령 시절의 프랑스가 영국의 가입을 무조건 반대하던 식의 찬반은 오늘날 불가능하다 며 러시아연방 혹은 중앙아시아 회교공화국들을 소외시켜 아랍권이나 아시아권으로 들어가도록 자극하는 것은 ec나 미국이나 원하는 바가 아니다 라고 말했다.

이 관리는 가입 희망국들에 일정한 정치경제적 수준에 도달하도록 요구하고 그같은 수준에 이를 수 있도록 꾸준히 도와주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더글러스 허드 영국 외무장관은 "유럽의 영역이 어디까지라고 단정하기는 너무 어렵다"고 전제,"가령 러시아는 태평양과 접해 있지만 그들에게 우리의 문을 걸어 잠글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고 또 다른 ec관리는 "지리,역사,문화 등 제반 요소를 유기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다만 우랄산맥을 넘으면 분명 유럽이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하기야 서유럽에서도 피레네산맥 이남(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유럽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그만큼 유럽의 개념은 복잡하다.

현재로서 ec가입 전망이 있는 구 소공화국은 발트3국과 우크라이나,벨로루시 정도이다. 정치역량이나 경제발전 전망이 ec의 최소요구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소 붕괴로 뜻밖의 시련

그러나 중앙아시아 회교국들은 이미 모두가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에 가입해있는 상태여서 차별대우 를 하기도 쉽지않다.

더구나 ec가 단순한 경제 통합체를 넘어 공동외교안보 정책을 추구하는 이상 중앙아시아가 지닌 전략적 중요성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이란과 터키가 이 지역과의 연계를 통한 독자적 경제권 형성을 추진,이미 부분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아랍과 아시아는 날마다 우리를 부른다"면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ec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ec내에서는 이들이 터키의 상품과 기술을 수입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을 해 주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터키의 세력확장을 우려하는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스페인,그리스 등 역내 후진국들이 80년대가 넘어서야 가입이 허락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수준이 비슷해야 어울린다 는 당초 ec의 구성이념은 최근 소련의 붕괴로 뜻하지 않은 시련을 겪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