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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아프리카 내전 등 참전, 시가전 능숙하고 포로 참살 단행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접전을 벌이는 남동부 요충지 마리우폴에서 최근 턱수염을 길게 기른 러시아군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고 있다. 마리우폴은 개전 직후부터 포위돼 집중 공격을 받으면서도 우크라이나군 최정예 아조우 연대의 분전으로 잘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이달 중순 '턱수염 병사'들이 공격의 선봉에 등장한 이후 전세가 바뀌기 시작했다. 29일(현지 시각)에는 "치열한 시가전 끝에 시내 대부분이 러시아군에 넘어가며 함락이 눈앞에 닥쳤다"는 보도가 나왔다.

낯선 외모의 병사들은 러시아 연방 체첸 공화국에서 파견된 체첸 공화국 수비대(체첸군)다.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의 무슬림 지역 출신으로, 율법에 따라 턱수염을 길렀다. 마리우폴 시가전 영상에서 이들은 빗발치는 총탄 속을 아무렇지 않은 듯 걸어 다니는가 하면, 민간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등을 향해 웃으면서 기관총을 난사한다. 미국 CNN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이들은 잔혹한 시가전과 민간인 학살로 악명 높은 체첸 민병대의 후신(後身)"이라며 "자신을 '강인한 전사'로 과시하려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체첸인들은 19세기 이후 계속 러시아와 소련의 지배를 받아오다, 소련 붕괴 이후 분리 독립을 시도했다. 이로 인해 1994~1996년과 1999~2000년 두 차례 러시아와 전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당시 체첸 반군은 치열한 시가전으로 러시아군을 괴롭혔고, 민간인을 방패로 내세운 기습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러시아군 포로를 참혹하게 살해하고, 이를 비디오 영상으로 공개하는 만행도 벌였다. 러시아는 이에 맞서 열압력탄과 집속탄 등으로 보복했다. 수만 명의 민간인이 희생됐고, 체첸 수도 그로즈니는 완전히 파괴됐다. 양측이 벌였던 이런 잔혹 행위들은 이후 체첸군의 전형적인 전쟁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전쟁이 러시아의 승리로 끝난 이후, 체첸은 람잔 카디로프라는 독재자가 이끌고 있다. 본래 반군 출신이지만, 러시아 편으로 돌아서 분리주의 '이치케리야 체첸 공화국'을 무너뜨린 인물이다. 카디로프는 군을 자기 사병처럼 부리며 러시아의 용병 역할을 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후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다. 시리아 내전 등 러시아가 개입한 주요 전쟁 상당수에 체첸군이 투입됐고, 그때마다 도시 초토화와 민간인 학살, 적군 포로에 대한 고문과 참살 등이 반복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현재 마리우폴의 참상 역시 체첸 수도 그로즈니와 시리아의 알레포에서 벌어졌던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 속에 물과 식량까지 떨어진 상황이 3주 넘게 이어지면서 마리우폴은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이 "시민들은 개천 구정물로 식수를 대신하고, 쓰레기통을 뒤져 배를 채우고 있다"며 "남아있는 시민 16만명 전원을 당장 시 밖으로 철수시키지 않으면 인도주의적 대참사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할 정도다.

마리우폴에서 이미 최대 1만명에 달하는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추정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미 5000구 이상의 시신을 묻었고, 더 많은 시신이 있지만 (러시아군의) 계속된 포격으로 매장을 중단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마리우폴 시 당국은 "주거 건물 90%가량이 부서졌고, 이 중 40%는 완전히 파괴돼 무너졌다"고 밝혔다. 시내 병원은 전체의 90%에 해당하는 7곳이 파괴돼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한편 영국 국방부는 28일 "러시아 민간 용병 조직 '와그너 그룹'이 1000명이 넘는 용병을 우크라이나 동부에 추가 배치했다"고 밝혔다. 와그너 그룹은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병합한 2014년에도 용병을 보내 우크라이나 내에서 분열 조장 작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서 24일 "와그너 그룹 용병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암살 작전에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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