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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대 총선의 스타는 여론조사기관이었다. 각 정당 및 후보들이 선거전략의 핵심자료로 사전여론조사를 활용한 것은 이번 선거가 보여준 새로운 흐름이랄 수 있다. 앞선 선거에서도 여론조사가 있긴 있었다. 하지만 보름 남짓한 선거운동 기간동안 20억~30억원 규모의 여론조사 시장이 형성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며,어떤 정당에서는 이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자별로 지원액수를 차별화시켰을 정도이다. 여론조사가 움직일 수 없는 선거문화의 한 유형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그런데 이들 조사기관은 여소야대의 개표결과를 과연 어느정도 예측했을까.

87년 대통령선거 당시 0.6%의 오차만을 냈던 한국갤럽연구소는 이번 총선을 민자당의 압승으로 내다봤다. 투표일 1주일 전까지 행한 10여차례의 전국조사는 시간이 흐르수록 민자당의 인기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민자당이 선거 악재라고 통탄했던 안기부원의 흑색선전사건이 있고난 뒤의 조사에서도 민자당의 인기도는 36%로,상대 야당을 약 10%나 앞질러 있었다. 이같은 수치에 근거해 민자당이 총의석에서 60~67%를 차지하는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점쳤던 것이다.

갤럽측은 결과적으로 의석수를 맞히는 문제에서는 잘못 짚었던것 같다.

갤럽의 과학적인 해석을 빗나가게 한 장본인은 부동표 였다. "아직 찍을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부동표의 60%를 평소 계산법대로 여권 성향으로 분류한 것이 반란 을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투표당일 조사에서 유권자의 44%가 부동 표 임이 추정됐고,이들이 막판에서 민자당에 등을 돌린 것으로 보고있다.

그럼에도 갤럽측은 전반적인 정당 지지도에 있어서는 좋은 점수를 냈다. 1백5개 지역구에서 생긴 차점 낙선자를 염두에 둘때 민자당후보들의 총 득표율은 사전 예측범위에 들어있었던 것이다.

이번 선거기간 2백여 선거구에 대해 여론조사를 의뢰받았던 코리아리서치도 민자당이 과반수의석을 무난하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23일 마지막 조사에서 무응답자가 절반을 넘었지만 민자당의 전체지지도는 야당을 7~8%쯤 추월하고 있었던 것이다. 리서치측은 여론조사에서 생길수 있는 오차범위를 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부동표의 변수 에 대해 충분히 예측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이곳 관계자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처음 조사했을때 한 답변대로 투표를 했는지 사후조사를 벌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동서조사연구소도 여당의 압도적 우세를 믿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 기관에는 대부분 이번 개표결과가 실망스러울지 모른다. 그렇지만 여론조사기관이 점장이일 수는 없는 법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사내용이 당시 시점에서는 객관적인 흐름을 보여준게 틀림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포착하기 어려운 지역구별 특성이 근소한 차이로 당락을 뒤바꿨으며,안기부의 흑색선전과 군부재자 투표사건이 마지막 부동표를 흔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한 조사연구원은 "정치 변수가 심한 나라일수록 선거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최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