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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어떤 맥락에서 이런 말을 했나.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는 동맹의 대응을 점검하기 위해 유럽 순방에 나섰다. 마지막 날 우크라이나 접경국인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27분간 연설했다. 그는 연설 직전 폴란드 인근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 대한 러시아군 폭격을 보고받았다.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만나 감정이 격앙된 상태였다고 한다. 이 발언은 참모들과 사전에 조율하지 않았고, 원고에도 없는 즉흥 발언이었다. 바이든은 이 발언에 앞서 푸틴을 '도살자(butcher)' '폭력배' '전범'으로도 칭했다.
―이 발언이 왜 문제가 됐나.
"푸틴이 권좌에 남아있을 수 없다"는 건 '러시아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미국이 특정 국가 정권 교체를 언급할 경우 이는 사실상 전면전을 의미할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해외 군사 개입 종료를 선언한 미 외교·안보 정책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핵을 가진 러시아나 구(舊)소련의 정권 교체는 냉전 시대 미 대통령들도 하지 않았던 말"이라며 "미 외교 정책의 중대한 전환을 '아홉 단어 애드리브'로 흘려버린 것 아닌가"라고 했다. 바이든이 그간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미국과 러시아가 맞붙으면 곧 3차 세계대전"이라며 파병에 선을 그어온 만큼, 자신의 입장을 뒤집은 것이냐는 말이 나왔다.
―유럽과 러시아의 반응은?
미국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이 화들짝 놀랐다. 이 발언이 '정신 상태가 불안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푸틴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는데 그가 확전을 택할 경우 전쟁의 포화에 휩싸이는 것은 유럽이기 때문이다. 그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중재에 나서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7일 "러시아를 멈춰 세우려면 단어 하나 사용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반발했다. 영국 정부는 "정권 교체는 러시아 국민이 택할 문제"라고 했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바이든이 많은 노력을 했지만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망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그것(정권 교체)은 '바이든씨'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미 행정부는 어떻게 해명하고 있나.
"바이든 대통령의 진의는 그게 아니다"라며 진화하고 있다. 줄리앤 스미스 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만나 들은 일들에 대해 인간적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7일 "미국은 러시아 등 어떤 국가의 정권 교체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백악관도 "대통령 발언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등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전쟁을 획책할 권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바이든은 왜 그랬을까.
단순한 실수 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7일 "바이든 발언의 전후 맥락을 보면 미 국무장관의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40년간 상원 의회 외교위원장, 부통령 등을 지내며 '외교 달인'으로 불려온 바이든 대통령의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동맹을 결집하고 푸틴을 흔들기 위한 의도적 발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탈리아 정부에선 "바이든이 강력한 언어로 동맹의 힘을 일깨우고 푸틴에게 경고를 날렸다"는 호평이 나왔다.
"바이든의 정적(政敵)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친밀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낸 것"(폴리티코),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심해져 야당의 공격을 받다 보니 '물가 원흉'인 푸틴에 대한 속마음이 터져 나온 것"(월스트리트저널) 등의 해석도 나왔다. 기고자 :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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